노동부가 비정규직의 고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 7월 1일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우려했던 것만큼 해고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는 당초 비정규직의 70% 가량이 해고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정규직 전환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공기업이나 대기업들은 법을 지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해고 조치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비정규직 고용기간 2년이 넘었는데도 그대로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았다. 사업주는 여전히 비정규직 근로자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계약 기간 2년을 넘긴 탓에 법적으로는 정규직이 된 변형 계약직 근로자가 늘어난 것이다.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겠다고 밝힌 정부를 믿고 비정규직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사업주들도 있었다.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상호 합의에 따라 기간제 고용계약을 몇 번이든 반복 갱신할 수 있었다. 비정규직법 시행과 함께 고용계약 갱신이 불가능해졌는데도 근로 현장에서는 법 시행 이전의 관행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 보호라는 명분에만 집착해 근로 현장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생긴 현상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비정규직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더라도 일자리를 잃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변형 계약직 근로자들은 법적 정규직이 됐지만 사업주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아 노사간에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있다. 사업주들은 사업 전망이 나빠지면 해고하려고 할 것이고, 근로자들은 부당해고라며 반발할 수도 있다. 이런 혼란은 정부와 여당이 개정하려다 실패한 채 시행에 들어간 얼치기 비정규직법이 초래한 것이다. 법 개정에 반대만하고 대책 마련을 게을리 한 야당의 책임도 크다.
정부는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에는 해고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법 개정을 주장하다가 한 달도 지나기 전에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겠다며 방향을 바꿔 혼란을 초래했다. 정부는 법 시행 이후의 비정규직 근로 실태를 정확히 조사해 무늬만 정규직인 변형 계약직 근로자들의 고용을 안정시킬 대책을 찾아내야 할 판이다. 미봉으로 끌고 갈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