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비무장지대(DMZ) 북측 27km 지점에 위치한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에서 예고 없이 강물을 대규모로 방류하는 바람에 하류인 경기 연천군 일원에서 야영을 하던 6명이 실종됐다. 임진강변에서 기동 훈련 중이던 육군 전차 1대도 한때 고립됐으며 어민들은 수천만 원대의 재산 피해를 보았다. 2001년 10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임진강 무단 방류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6번째이며,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6일 오전 5시경 연천군 미산면 우정리 임진교 하류 2km 지점의 모래섬에서 서강일 씨(40) 등 7명이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던 중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서 씨와 이경주 씨(38) 부자 등 5명이 실종됐다. 서 씨의 아들 서모 군(12)과 일행 김모 씨(37)는 목숨을 건졌다. 김 씨는 잠을 자다가 물소리가 나 밖을 내다보니 이미 물이 텐트를 덮치고 있어 간신히 빠져나왔는데 다른 사람들은 빠른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오전 7시 20분경에는 임진교에서 5km가량 떨어진 백학면 노곡리 비룡대교에서 낚시를 하던 김대근 씨(39)가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또 오전 5시 반경에는 임진교 부근에서 기동훈련을 하던 육군 모 부대 소속 K1전차 10대 중 9대가 갑자기 강물이 불어나자 긴급 대피했으나 1대는 한때 고립됐다. 오전 6시경부터는 임진강 하류인 파주시 파평면과 적성면 일원 어민이 설치한 참게 잡이용 각망과 그물, 어선 등이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 수천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군경과 소방당국은 800여 명의 인원과 헬기 6대를 동원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한강홍수통제소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임진강(적성면 구읍리 관측지점 기준)에는 초당 720t의 물이 유입돼 평소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오전 5시경부터 갑자기 유입량이 초당 1978t까지 치솟아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2.3m가량을 유지하던 임진교 수위가 4.96m까지 높아졌다.
북한 황강댐은 담수 규모 3억4억 t의 다목적댐으로 2007년 말 공사를 마무리하고 물 채우기에 나선 것으로 지난해 확인됐다. 정부 당국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지원 등 관심을 끌기 위한 고의적 방류 등의 가능성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방류량으로 볼 때 4월5일 댐이 아니라 황강댐이 본격적인 발전을 하느라 유입된 수량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들어 북한 황강댐이 있는 평강지역에 비가 내린 날은 5일 하루뿐이며, 강수량도 0.2mm에 불과해 북한이 홍수 조절 목적으로 황강댐 물을 방류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