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September. 08, 2009 08:26,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10월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함에 따라 당헌 당규에 따라 정몽준 최고위원이 새 대표직을 맡게 됐다. 청와대 개편과 국무총리까지 포함된 개각에 이어 한나라당 간판 얼굴까지 교체됐으니 당정청의 체제 개편이 사실상 완료된 셈이다. 이제는 일과 성과로 뭔가를 보여줘야 할 차례이다.
한나라당이 체제 개편을 계기로 새로운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에서 6선 경력을 지닌 정 신임 대표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의회정치의 복원이 급선무다. 법정 정기국회가 개회한지 1주일이 넘었지만 아직 여야 간에 의사일정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총리와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국회의 동의 및 인사청문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민생 살리기에 필요한 각종 법안들도 산적해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우선 처리 대상으로 꼽은 법안만도 43개에 이른다. 개헌이나 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 같은 정치개혁 문제도 언제까지 미뤄둘 수만은 없다.
이런 일들이 비단 한나라당 만의 과제는 아니다. 당과 정부, 청와대가 각자 제 위치에서 제 소임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고 상호 유기적인 협조와 경쟁, 균형 관계를 이뤄나가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정몽준 대표와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등장으로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나 다름없었던 여권의 차기 대권구도가 한층 복잡해졌다. 사안에 따라서는 각자의 역할에 따라 대권구도에서 유불리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간에 경쟁심리가 발동하고, 갈등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경쟁적 대권구도는 당의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셋이 하기에 따라서는 여권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정책으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바라보는 민심이 429 재보선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때에 비해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 것이 민심이다. 박 전 대표와 정 대표, 정 내정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권 전체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이 달라질 수 있다. 세 사람의 정치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총리 내정자로서는 국정의 성공이 곧 그의 입신()으로 연결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 첫째다. 건전하게 경쟁하면서 민생을 살리는 에너지로 결집시키는 것만이 자신도 살고 정부와 한나라당도 살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