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도 메시지가 있다. 24, 2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피츠버그엔 녹슨 지대(Rust Belt)에서 21세기 첨단산업도시로라는 설명이 따라다닌다. 피츠버그는 세계의 대장간을 자부했지만 한 세대 전 산업구조 변화와 신일본제철, 포스코 등의 추격에 밀려 녹슨 철()의 도시로 몰락했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 지금은 의료 교육 연구개발 그린테크놀로지 등 하이테크 이노베이션의 중심지로 놀랍게 달라졌다. 정상회의가 열리는 컨벤션센터는 세계 최초 최대의 리드(LEED친환경건물인증) 건축물로 꼽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글로벌 위기를 기회삼아 피츠버그처럼 변신해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자동차산업과 함께 쇠락하는 디트로이트도 피츠버그처럼 부활할 수 있을까. 오바마가 피츠버그를 G20 개최도시로 발표했던 6월 뉴스위크지는 어림도 없다고 했다. 피츠버그는 디트로이트의 제너럴 모터즈처럼 정부 개입과 지원금으로 변신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는데도 언제까지나 강철주의와 노조주의만 믿을 순 없다는 것을 깨달은 주민들의 변화가 먼저였다는 것이다.
피츠버그엔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가 세운 카네기멜론대와 유서 깊은 피츠버그대가 있었다. 교육만이 살 길이라고 믿은 피츠버그 사람들은 이들 지방대학에 혼과 돈을 투자했다. 두 대학이 연구중심의 일류대학으로 도약하면서 주변까지 35개 대학에서 7만여 개의 연구개발 일자리가 나왔다. 이들의 두뇌를 보고 정보기술, 생명공학기술 기업이 몰려들었다. 지난 30년간 카네기멜론대에서 파생된 기업도 200개가 넘는다. 20년 전만 해도 지방병원에 불과했던 피츠버그대학 메디컬센터(UPMC)가 지금은 10만 명을 고용하는 글로벌의료서비스 기관이 됐다.
피츠버그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도시를 동시에 변모시켰다. 1980년대 철강공장에서 해고된 근로자가 뒤늦게 대학에서 의료기술을 익혀선 UPMC에 취업하는 식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선 경험이 있어 지금도 피츠버그의 실업률(7.8%)은 미국전체(9.4%)보다 낮다. 한 도시가 살아나는 데는 중앙정부의 대대적 지원이나 행정기관의 인위적 이전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피츠버그는 말해주고 있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