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인 1989년 5월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결성됐다. 넉 달 후인 그해 9월 22일에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참학)가 발족했다. 두 단체는 같은 해 태어나기도 했지만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참교육으로 내세우고 평등교육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도 같다. 참교육의 포장 속에 들어 있는 민족, 민주, 인간화, 평등이라는 키 워드는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우리의 교육실상과 교육이념을 왜곡시키는데 죄 없는 단어가 동원돼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교육이 참교육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학교나 교육당국, 정부의 교육방침 및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고 거부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참교육일 수는 없다. 또 대한민국 헌법의 최고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해치는 인간형을 만드는 게 참교육일 수 없다. 참학은 전교조의 반()정부 노선 및 친북() 좌파라는 반()헌법적 행태를 지지하고 지원해 왔다는 점에서 전교조의 들러리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참학은 전국 각지에 지부가 있고, 회원은 총 50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체는 돈 봉투 불법 찬조금 없애기 운동, 학교 급식 개선운동, 교복 공동구매운동, 학교폭력 없애기 운동 등 여러 활동을 벌여왔다. 할만한 일도 적지 않게 해온 셈이다. 그러나 헌법 31조에 규정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무시하고 모든 학생을 똑같은 조건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평등교육을 주장하면서 경쟁교육에 반대해왔다. 글로벌 인재교육은 소수 엘리트를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발상으로 몰았다.
참학은 이제 전교조의 단골 투쟁 메뉴였던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를 일부 청소년 단체와 함께 직접 떠맡겠다고 나섰다. 오는 1314일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되는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고 집단 체험학습을 떠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해까지 자연탐구 활동 위주였던 것이 이번에는 문화예술제 형태로 열릴 전망이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한 상당수 교사들이 중징계를 당한데 대한 대응책으로 참학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학부모 단체가 학생들을 전교조의 도구로 내주는 건 결코 참교육이 아니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