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가가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세계증시에 미국 발 훈풍이 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 시즌을 맞아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속속 내놓으면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4일(현지시간) 1만15.86으로 1만 선을 회복했다. 세계 경기회복의 나침반인 미국이 위기를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조만간 금융위기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활기를 띄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올해 들어 아시아가 미국 등 서구보다 먼저 경기와 주가가 회복됐기 때문에 미국 발 훈풍은 세계 증시에 제한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 경기회복이라는 빛이 동반하는 금리인상의 그림자를 떨치고 정부가 지원하는 돈의 힘이 없이도 각국의 소비와 생산이 늘어날 것인가가 관건이다.
미국 발 안도 랠리 오나
알코아, 인텔, JP모건체이스 등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미국 주요 기업들은 잇달아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았다. 관망하던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실적을 확인하고 다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또 9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전달보다 26만3000명 줄어 여전히 좋지 않지만 2006년 초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이었던 고용이 올 1월 74만1000명 감소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점점 감소 폭을 좁히고 있다. 특히 미국의 산업생산가동률은 내년 초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1년간 기업들은 생산을 줄인데다 정부는 자동차 판매 지원책 등 경기부양책을 내놓아 기업의 재고분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사장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주가가 등락을 거듭할 수 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확인되고 경기지표들이 좋아지고 있어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발 훈풍은 제한적일 수 있다. 코스피지수가 이미 7월 1,500선을 돌파하며 크게 회복됐지만 미 증시는 이제 막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회복속도가 아시아권보다 1분기가량 늦은 셈이다. HMC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이 미리 올랐기 때문에 추가상승의 여력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이 걸림돌
미국의 경기회복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주가상승을 이끌 뿐만 아니라 달러 약세를 유발해 유가와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가격을 끌어올린다. 문제는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 이미 이스라엘과 호주는 정책금리를 인상해 위기 때 풀었던 돈을 회수하고 있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부사장은 미국의 주가가 현재보다 더 오른다면 경기 회복속도가 주가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며 그 경우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주가상승은 세계 경기회복의 또 다른 축인 중국의 출구전략 시기를 앞당겨 경기 상승세를 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최근 상승을 시작했지만 중국의 경기선행지수는 2분기부터 올라오기 시작해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상무는 미국의 경기회복에 따라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경기선행지수가 정점에 이르렀는지 논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경기가 하락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하려면 미국 경기가 강하게 살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버거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가계 부채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돼도 소비보다는 부채조정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김한진 부사장은 한국을 비롯해 각국의 출구전략이 시작되고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떨어지더라도 미국 유럽 아시아 각지에 수출하는 한국 제조기업들의 경쟁력 덕분에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덜 하락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