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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면장 - 인증서 위조 요즘 짝퉁 세관도 통과

수입면장 - 인증서 위조 요즘 짝퉁 세관도 통과

Posted October. 22, 200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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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유명 브랜드 상품이 세관까지 통관해 수입 정품으로 한 대형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유통된 사실이 드러났다. 인천본부세관은 21일 정품 인증서를 위조해 폴로 랄프로렌 티셔츠를 정품인 것처럼 속여 판 수입업자와 판매업자를 적발해 상표권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품인증서 등 통관서류를 위조해 세관의 단속망을 피하는 수법을 썼다.

위조 서류로 세관도 통과

세관에 따르면 9월 초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폴로 티셔츠가 대형 오픈마켓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팔린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조사 결과 판매업자는 서울 은평구에 사는 60대 A 씨로 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36)과 짜고 지난 1년간 해당 쇼핑몰을 통해 가짜 폴로 티셔츠 1000여 장을 팔아왔다. A 씨의 아들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제작된 가짜 상품을 정품으로 둔갑시켜 국내로 들여오는 역할을 맡았다.

관세청 조사총괄과 관계자는 통관 단계에서 전수 검사는 불가능하고 수입되는 물량의 5% 정도를 선별 검사한다며 나머지는 서류를 통해 확인하기 때문에 정식 통관서류를 갖추면 정품인지 가품인지 잡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류만 위조하면 가짜 상품도 정식 수입 제품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수입업자 B 씨는 지난해 7월 폴로 본사의 물량 주문서와 미국 법무법인의 정품 공증서 등을 위조해 가짜 폴로 티셔츠 1만 장을 국내로 들여왔다. B 씨는 이를 직수입 정품으로 속여 동대문 의류도매 시장에 6000장, 온라인몰에 3000장을 유통시키다 올 6월 인천공항 세관에서 상표권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김 씨가 들여온 폴로 티셔츠는 인터넷 쇼핑몰 원어데이에서 정품으로 팔렸다가 뒤늦게 가짜로 판명났다.

원어데이 측은 곧바로 이 같은 사실을 공지하고 피해 보상에 나섰다. 이준희 원어데이 사장은 당초 상품이 정품이 아닐 경우 200% 보상을 약속했는데, 소비자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판매 가격의 3배를 현금으로 보상했다며 우리 같은 전문가도 속는데 소비자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쇼핑몰은 이번 사건으로 1억 원의 피해를 봤다.

오픈 마켓들은 책임 면책

특허청이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G마켓, 옥션, SK 11번가, 인터파크 등 오픈 마켓 상위 4개 업체에서 적발된 위조 상품은 판매액 규모로 85억8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위조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개인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오픈마켓은 중개업자 이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옥션은 홈페이지에 등록된 판매물품과 물품의 내용은 이베이옥션이 아닌 개별 판매자가 등록한 것으로, 이베이옥션은 중개시스템만 제공하며 그 등록 내용에 대해 일절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고지하고 있다. 다른 오픈마켓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팀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 20조에서 통신판매중개업자가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할 경우 책임을 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현행법으로는 중개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몰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관을 유유히 통관한 가짜 상품은 오프라인 매장에까지 흘러들어간다. 특히 상표를 제거한 중고매매품은 진위를 가릴 방법이 없다. 정은경 씨(가명36)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중고명품숍에서 190만 원에 유명 브랜드 가방을 샀다. 정 씨는 위조품 정도는 가릴 안목이 있다고 생각했고, 중고매매상도 걸러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쉽게 보풀이 생겨 정품인지 의심스러웠다며 매장에 다시 찾아갔더니 판매업자 역시 온라인 중고매매사이트에서 구매했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토로했다.

이재길 한국의류산업협회 법무팀장은 일반 소비자가 위조 여부를 가려낼 수 없기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브랜드의 정식 사용허락을 받은 판매처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정상가격보다 2030% 이상 싸면 위조품으로 의심해 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혜승 김현지 fineday@donga.com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