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해 다음 같은 어록을 남겼다. 한미 FTA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문제를 진전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4월 한미 정상회담). 7대 교역국가인 한국과의 FTA는 한미 양국 국민을 위한 번영을 강화하고 증진시킬 것이다(5월 한덕수 주미대사의 신임장을 제정 받으며). 한미 정상이 6월 발표한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에도 강력한 양자간 경제 무역 투자 관계를 계속 심화시켜 나갈 것이다. 한미 FTA가 이러한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향후 진로를 계획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빈말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한미 FTA 비준이 상당히 진척돼야 정상이다. 그런데 한미 FTA 서명 이후 2년 4개월이 흘렀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자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 비준을 위해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정부의 행보는 오래 전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한 한국 정부와도 대비된다.
미국 여론이 한미 FTA 비준에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7월 FTA에 대한 미 업계의 의견을 모아보니 접수된 288건 가운데 92%가 비준 찬성이었다. 이들은 FTA가 미국경제 활성화는 물론이고 한미의 안보 외교관계에도 도움이 된다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웬디 커틀러 USTR 대표보는 최근 자동차 분야를 거론하며 재협상에 대한 미련을 드러냈다. 특정산업의 눈치를 보느라 한미 FTA를 지연시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달 1718일 서울에 온다. 그가 어떤 FTA에 대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궁금하다. 우리 정부는 아프간에 재건지원단을 보호할 병력 파병계획을 곧 밝힐 예정이다. 국제평화정착을 위한 기여, 한미동맹과 미 대통령의 첫 방한을 배려해 내리는 결단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한미 FTA는 정치동맹을 단단히 하는 시멘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진심을 알고 싶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