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일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국가전염병재난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후속 대책을 발표한다. 국가전염병재난단계는 관심(Blue) 주의(Yellow) 경계(Orange) 심각(Red) 4단계로 구분돼 있으며 정부는 7월 21일 신종 플루의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서 경계를 발령한 후 이를 유지해 왔다.
정부가 심각 단계로 격상하기로 한 것은 지난주(10월 2531일) 하루 평균 신종 플루 감염 환자가 8857명으로 그 전주(1824일) 4220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데다 이번 주 들어 기온이 떨어지면서 앞으로 3, 4주간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지난달 1824일 전국 817개 표본감시의료기관의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유사 환자는 20.29명으로 그 전주(1117일)에 비해 119.6%가 증가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올해 1월 수준(17.5명)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 267건 중 223건(83.5%)은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독감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신종 플루 환자인 것. 두 명 이상 신종 플루 환자가 발생한 학교도 1134곳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전염병재난단계가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되면 행정안전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인플루엔자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및 인력 동원 계획, 신종 플루 감염 차단을 위한 부처별 대책이 마련된다. 여행과 행사 자제령, 신종 플루 검사기간 단축을 위한 검사장비 공급 확대, 타미플루의 오남용 방지 대책도 발표된다. 집단 발생이 속출하고 있는 학교 대책은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많고 교육과학기술부의 행정지침이 내려간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현재 휴교 지침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건당국은 신종 플루 중증 환자에게 최근 임상시험을 마친 미허가 항바이러스제 페라미비르를 공급하기로 했다. 미국 바이오크리스트사가 개발한 페라미비르는 타미플루, 리렌자에 이은 제3의 항바이러스제로 캡슐이 아닌 정맥 주사 형태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시판 허가가 나기 전까지 의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페라미비르 사용을 허가할 방침이라고 2일 밝혔다. 페라미비르를 수입한 녹십자는 1099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최근 종료했으며 다음 주 중에 식약청에 신속허가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최근 기존 치료제를 쓸 수 없거나 약효가 없는 중증 환자에게 페라미비르를 쓸 수 있도록 응급허가를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