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미국의 통상문제를 관장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론 커크 대표(사진)는 5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를 비준해 달라고 미 의회에 넘기기 전에 한국은 미국에 자동차시장 문을 더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크 대표는 이날 한미재계회의 주최로 워싱턴 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만찬 연설을 통해 미국 시장은 한국자동차 업계에 열려 있다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미국자동차 회사들이 한국시장에서 똑같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정부는 18, 19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한미 FTA 문제가 진전을 보일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의 반응은 오히려 냉담했다.
커크 대표의 발언은 한국이 미국 자동차에 대한 개방 폭을 넓혀야 한미 FTA를 미 의회에서 표결에 부치겠다는 뜻으로, 한미 FTA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미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는 대목이다.
그는 또 USTR는 미국자동차에 대한 장벽뿐 아니라 쇠고기 교역 및 다른 제품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 장벽에 대해서도 우려한다면서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제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커크 대표는 다음 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한국 통상담당 장관과 만나 미국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미국자동차 시장 개방 요구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커크 대표는 이와 함께 한국과 미국의 정치 경제적인 관계는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한미관계가 계속 진전하려면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에서 7000여 대의 자동차를 판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10월에만 5만3000대를 미국에 팔았다. 커크 대표의 이날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개혁정책인 건강보험개혁 법안과 기후변화 대처법안 및 아프가니스탄 병력 증파 문제로 후순위로 밀려 미 의회에 상정조차 못한 한미 FTA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커크 대표의 발언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스티브 비건 포드자동차 부사장은 한미 FTA를 타결짓기 전에 미국과 한국의 자동차교역의 심각한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