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폐지운동의 전도사로 불리는 이상혁 변호사에 따르면 사형수들은 대체로 4단계의 변화를 겪는다. 사형이 확정된 초기에는 사형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나타낸다. 면회도 거부하고 사회를 원망하는 태도를 보인다. 2단계에서는 세상을 비관하고 삶을 포기한 듯한 행동을 한다. 자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다. 3단계는 다시 생존 본능이 고조되는 시기. 재판 중에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교도소 내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있다. 마지막 단계에 가면 후회하고 반성하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인다.
국내의 사형제 폐지 논란은 1989년 이후 활발해졌지만 아직까지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사평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 법의 이름으로 자행하는 살인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론은 흉악범은 범죄에 상응하는 극형을 받아야 한다 사형제 폐지는 희생자보다 범죄자 인권을 더 중요시하는 이상론이란 맞선다. 세계적으로는 사형제 폐지 국가가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여론의 기복이 심하다. 연쇄살인 사건 같은 흉악범죄가 발생하면 사형제 찬성론이 힘을 얻는다.
부녀자 13명을 살해한 사형수의 자살로 사형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그는 교도관의 감시가 소홀한 새벽 시간에 재활용 쓰레기 수거용 비닐봉지를 꼬아 만든 끈으로 목을 매 자살했다. 사형을 스스로 집행한 것인가. 언제 사형이 집행될지 모르는 사형수라도 스스로 죽게 해선 안 된다는 건 아이러니다. 어쨌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수형자 자살률 1위라는 기록은 교정당국이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50년 동안 약 1000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그러나 1997년 12월 30일 이후 10년 이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된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여행자 4명을 살해한 보성 어부 오 모 씨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해 10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사형제는 다시 헌재 심판대에 올라갔다. 공개변론까지 마친 헌재가 과연 사형제에 사형()을 선고할지 궁금하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