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1시. 걸프 만을 매립해 만든 인공 섬 팜 주메이라의 외곽 해변에는 나힐 사()가 호텔로 개발하려던 용지가 황량한 모습을 드러낸 채 방치되어 있었다. 안에는 모래언덕과 함께 건설 자재가 여기저기 뒹굴었다. 언제 공사가 시작되느냐고 묻자 공터를 지키던 이 회사 직원은 나도 모른다며 손을 내저었다.
옆에서 짓고 있는 시바의 왕국 리조트도 원래 올해 개장 예정이었지만 아직 제대로 외관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건축 사상 8번째 불가사의로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세계 최대의 인공 섬 팜 주메이라(면적 560만 m). 당초 30여 개의 호텔을 세우려고 했지만 현재 운영되는 호텔은 아틀란티스 호텔 하나뿐이다.
그나마 가장 규모가 작은 팜 주메이라는 완공돼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다른 인공 섬 팜 제벨알리(1200만 m)는 매립만 한 채 공사대금을 제대로 주지 못해 인프라 공사가 중단됐으며 가장 규모가 큰 팜 데이라(4635만 m)는 아직 매립조차 못했다.
인공 섬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나힐은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힐이 다음 달 14일 만기인 35억 달러의 채권을 갚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두바이 재무부는 지난주 채권단에 6개월의 채무상환 유예를 신청했다.
사막 위의 기적으로 불리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두바이의 신화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기자는 현지 여러 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두바이 쇼크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국제금융시장은 서서히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여진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곳 현지 전문가들은 원유생산량이 미미한 두바이가 그동안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에 몰두하며 지나치게 부동산 사업을 확장한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예가 두바이 최대의 항만 제벨알리를 둘러싼 대형 프로젝트다.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힐은 두바이 남서쪽 제벨알리 항구 인근에 인공 섬 팜 제벨알리와 수변공간(워터프런트)을 건설해 2020년까지 현재 두바이 인구보다도 많은 170만 명이 거주하도록 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누가 봐도 쉽지 않은 계획이었지만 당시 두바이 효과에 눈이 먼 세계인들은 찬사를 보냈고 나힐은 실제 매립을 진행했다. 두바이월드의 또 다른 자회사인 리미트리스는 다운타운 제벨알리 프로젝트를 통해 300여 개의 빌딩을 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