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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교선택제 하나 못 지킨 서울시교육청

[사설] 고교선택제 하나 못 지킨 서울시교육청

Posted December. 05, 200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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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첫 고교선택제 시행을 10여 일 앞두고 돌연 강남구와 양천구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대폭 축소했다. 현재 중학 3년생을 대상으로 한 고교선택제는 1단계로 서울시 전역에서 신청 받아 학교별 정원의 20%를 추첨으로 뽑는다. 2단계는 학군 내에서 신청을 받아 학교 정원의 40%를 추첨하며, 3단계는 나머지 40%를 통학여건을 고려해 인근 주민에게 강제 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모의실험 결과 강남과 목동지역 고교에 지원자들이 몰리자 시교육청은 이들 지역에 한해서만 2단계에서도 종전처럼 통학여건에 따라 인근주민에게 강제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강남과 목동지역 학교는 정원의 80%가 고교선택제에서 사실상 제외돼 이들 학교와 가까운 곳에 사는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소득수준이 높고 교육환경이 좋은 특정지역에 예외적 혜택이 주어지는 셈이다. 지난달 모의배정 결과에서는 5명 중 4명이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강남 양천지역에서는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고교 선택제가 부유층이 사는 특정지역만 사실상 예외가 됨에 따라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시교육청은 선호학군 내 학부모로부터 항의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밝혀 이들 지역 주민의 민원이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시교육청은 부유층이 살고 교육여건이 좋은 지역 거주자들의 반발에 떠밀려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지역의 학생들이 좋은 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대폭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더구나 시교육청은 이런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채 일부지역 학부모들에게만 가정통신문으로 알리며 슬며시 넘어가려다가 기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뒤늦게 사과성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서울시내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을 속인 시교육청의 결정은 어떤 식으로든 바로잡혀야 하며 책임도 물어야 한다.

공정택 전 교육감으로 퇴진으로 교육감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더 혼돈스럽다. 이번 고교선택제의 변경으로 손해를 입게 된 학부모들의 반발이 클 것 같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교육청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3년 전부터 국민에게 약속했던 대로 고교선택제의 예외 없는 원상복구가 해결책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