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제가 선수들을 좀 가르쳐도 될까요?"
2월의 어느 날 서울 한국체대 수영장. 196cm, 110kg의 건장한 미국인이 최강진 교수를 찾아와서 다짜고짜 수구 대표팀을 지도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던 최 교수는 좀 황당하긴 했지만 덩치를 보니 수구를 좀 한 것 같아 실력을 테스트한 뒤 골키퍼들을 맡겼다. 알고 보니 미국 대표 골키퍼 출신이었다.
서울 청담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있는 러셀 데이비드 번스타인 씨(30)는 주 2, 3회 한국체대 수영장을 찾아 대표팀과 한국체대 골키퍼 3명을 지도하고 있다. 중학교 시절부터 즐긴 수구를 한국에서도 계속하고 싶어 찾은 방법이었다. 집이 올림픽공원 근처이다 보니 우연히 한국체대를 찾았고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기에 자원봉사를 자청했다.
2003년 미국 수구대표팀에서 활동했던 번스타인 씨는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에릭슨의 8단계 발달에 따른 수구선수의 발달 과정에 대한 논문도 썼다. 로욜라 매리마운트대에서 경영학 석사까지 딴 그는 대표를 그만둔 2004년 중순부터 2005년까지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한 경험이 있어 다시 찾게 됐다.
아시아 3, 4위권인 한국 수구는 번스타인 씨의 도움으로 내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꿈을 키우고 있다. 안기수 대표팀 감독은 솔직히 번스타인 씨 같은 사람을 코치로 영입하려면 수억 원이 든다. 실력도 있고 전술적인 노하우도 많아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영연맹은 번스타인 씨의 노하우를 전파하기 위해 14일 오후 2시부터 한국체대 수영장에서 수구 클리닉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