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포항공대)이 올해 신학기부터 대학 내 강의와 회의 등을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공용화 캠퍼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백성기 총장은 3년 내에 영어공용화 캠퍼스를 정착시켜 대학 내 모든 강의와 회의, 문서 등에 영어를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선 학부 전공과목과 대학원 강의를 100% 영어로 진행하고 학위논문도 영어로 쓰게 된다. 교수회의도 영어로 진행하되 학과나 보직자회의는 외국인이 참석할 경우 영어로 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교수나 학생이 교내에서 활동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20위권의 글로벌 대학 진입이 포스텍의 목표다. 이를 위해 포스텍은 현재 433명의 교수 중 31명(7.2%)에 불과한 외국인 교수를 3년 후에는 111명(25.6%)으로, 2.2%에 불과한 외국인 대학원생을 10%로 늘릴 계획이다. 세계 수준의 대학이 되려면 우수 논문 발표 실적이나 학생 실력 면에서 세계 수준에 올라야 한다. 그러자면 해외 석학과 유능한 학생의 확보가 절실한 과제이고, 영어공용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서울대 공대에 첫 외국인 교수로 근무했던 로버트 이안 매케이 부교수는 2년 간의 경험을 토대로 2007년 서울대 대학본부에 우수 외국인 교수 유치방안이란 보고서를 냈다. 그는 학교에서 전해주는 주요 공문서가 모두 한글로만 돼 있어 해석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대학들이 해외 석학을 영입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대의 한 외국인 교수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한 달 만에 귀국하기도 했다.
10여년 전만해도 영어공용화론은 성급한 주장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점차 호응을 얻어 2005년에는 정부가 인천 같은 경제특구와 제주 국제자유도시에서 영어몰입교육, 사실상 영어공용화의 시범 실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발표는 거창했으나 실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LG전자는 2008년 영어공용화를 선언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천이나 제주도를 영어공용화 지역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포스텍 같은 대학이나 대기업에서 영어공용화를 추진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