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이 줄면서 1월 경상수지가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세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기준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 시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1월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4억4750만 달러 적자였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3월 62억9560만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낸 뒤 10월 47억6000만 달러, 11월 42억7770만 달러, 12월 15억2150만 달러로 흑자 폭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경기회복을 주도하던 수출이 부진하면서 상품수지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 규모는 322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41억 달러(11%)가량 줄었다. 1월 선박 수출(18억3000만 달러)이 작년 12월의 절반에도 못 미친 데다 수출 효자품목인 자동차 수출도 4억5000만 달러나 줄었다. 재정위기의 충격을 받은 유럽 지역으로의 수출이 한 달 만에 12억 달러 이상 줄었고 대표 시장인 미국과 중국 쪽 수출이 감소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한은은 기업들이 작년 연말에 장부상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밀어내기 식으로 수출물량을 쏟아낸 데다 지난달 내린 폭설로 화물 운송에 차질을 빚은 탓에 1월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서비스 수지가 21억6000만 달러의 적자를 보인 점도 전체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이다. 연초에 해외여행이 크게 늘면서 서비스수지를 구성하는 여행수지 부문에서만 9억 달러 가까운 적자가 났다. 이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가장 크다.
한은은 경상수지 적자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한 반면 정부는 과도한 가계부채와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부진하면 출구전략을 당분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상반된 시각을 내놓고 있다.
이영복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계절적 요인 탓에 1월 경상수지가 일시적으로 적자를 보였지만 2월에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높이면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가계가 빚을 갚지 못해 도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낮은 금리 덕분에 잘 관리돼온 가계부채가 금리 인상으로 부실화하고 남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위험요인이 확산되면 국내 경제에 주름살이 깊게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