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내는 이자만 74억 원으로 전체 국가부채(366조 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빚을 진 부채 공룡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토지와 주택 등 30조 원어치의 보유자산을 파격적으로 싼값에 팔아 부채를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LH 외에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부채가 많은 다른 공기업들에 대해서도 4월 말까지 부채감축 계획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공기업 부채로 대표되는 그림자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주요 공기업들의 자산매각과 유휴자산 활용 등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토해양부와 LH에 따르면 LH는 올해 전국에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재고자산을 정밀히 조사한 뒤 이 중 약 30조 원어치를 싼값에 팔아 20조 원 이상의 투자금을 조기 회수할 계획이다. 주요 매각 토지 대상으로는 경기 화성 동탄2지구(시가 2조4000억 원)와 파주 운정지구(1조5000억 원), 인천 청라지구(7000억 원)가 검토되고 있다. 또 공사 원가절감과 사업성 개선, 토지보상비 현실화 등으로 향후 3년간 10조 원의 부채를 더 줄이기로 했다.
올해 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장 직속으로 신설된 LH 재무개선특별위원회 사무국은 두 달여에 걸쳐 부채의 실태와 원인을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의 부채 감축방안 보고서를 작성했다. LH의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109조 원으로 국가전체 채무의 30%에 육박하며 2008년 기준으로는 86조 원으로 부채 상위 공기업 26위(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철도시설공단, 철도공사)의 빚을 모두 합친 것(83조)보다도 많다.
LH는 또 본사 및 지역본부의 모든 사업을 단지계획, 주택계획, 보상, 공사 및 준공 등 5단계로 나눠 관리하고 일정금액 이상의 자금 지출을 하게 될 경우 모두 본사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본사 및 10개 지역본부의 사옥매각을 현재 일정보다 앞당겨 시행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국민주택기금 상환연장과 임대주택 정부지원 확대 등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한국전력 가스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 등 다른 대형 공기업들도 자체적으로 부채감축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융 공기업을 제외한 일반 공기업 가운데 LH 다음으로 자산이 많은 한전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3조5000억 원대인 부동산을 개발해서 생기는 수익으로 빚을 갚아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