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11일 홈구장인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AC 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시즌 2호 골을 터뜨렸다. 맨유는 박지성의 골과 웨인 루니(25)의 2골 등에 힘입어 4-0으로 승리해 8강에 안착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69)은 박지성의 희생적인 플레이 덕분에 팀이 이겼다며 극찬했다.
골도 골이지만 박지성의 활약이 더욱 눈에 띈 건 포지션 변화 때문. 박지성은 그동안 주로 뛴 측면 대신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퍼거슨 감독은 밀란 공격의 핵 안드레아 피를로(31)를 막기 위해 활동량이 많고 수비 능력도 수준급인 박지성을 피를로의 위치인 중앙에 포진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현지 방송 해설자는 경기 내내 박지성이 피를로를 지웠다며 놀라워했다. 현지 언론은 쉬지 않고 뛰어 다닌 박지성 덕분에 피를로는 지쳤고 맨유는 달아올랐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박지성이 그라운드를 누빈 거리는 11.88km. 팀 내에선 대런 플래처(2611.94km)에 이어 2위, 양 팀 통틀어서도 세 번째로 많이 뛰었다. 박지성은 공격에서도 배후에서 침투하며 여러 차례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또 루니 등 전방 공격수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주며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박지성은 올림픽팀과 성인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맡은 적은 있지만 맨유 유니폼을 입고 나온 것은 드물었다. 큰 경기에서 만점 활약을 펼친 그를 특히 흐뭇하게 바라본 사람은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55). 허 감독은 지성이가 전술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증명했다며 활짝 웃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박지성의 포지션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일단 그리스와의 첫 경기에선 박지성이 원래 포지션인 측면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무조건 잡아야 하는 경기에 공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박지성을 측면에 배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그리스는 측면 공격이 강하지만 또 측면 수비에 허점도 많다. 측면에서 박지성의 공간 침투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막강 공격력을 자랑하는 아르헨티나와의 두 번째 경기에선 박지성이 수비에 무게를 둔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될 수 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노련한 박지성이 리오넬 메시(23), 카를로스 테베스(26) 등의 공격을 1선에서 차단하며 상대 템포를 끊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나이지리아 전에선 앞선 경기 결과에 따라 포지션이 유동적이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승점이 절실한 상황에선 측면 또는 스트라이커 바로 밑에 위치한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될 수 있다. 반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밀란 경기 때처럼 수비적인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