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 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정치적 중립 보장이라는 지방교육자치의 취지와 달리 정치권이 보이지 않는 손을 뻗치고 있다.
지방교육자치법 46조에 따르면 정당은 교육감 후보를 공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의 대표자, 간부 및 유급 사무직원들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후보들도 특정 정당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표방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이론일 뿐 현실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교육계 비리 문제가 불거지고 사교육비 경감과 무상급식 등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현안이 분출하는 상황이어서 교육감 선거를 놓고 여야가 한판 격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자치단체장 선거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빅 이벤트여서 각 정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 정당은 자당 지지 유권자들을 분열시킬 수 있는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한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감 후보에 대한 정당 공천이 배제되면서 예비후보들이 너도나도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는 후보인 것처럼 선거운동을 하는 양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과정에서도 여권 성향 후보들은 10명에 육박하며 난립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은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 살 깎아먹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인 김상곤 현 교육감에게 한나라당 성향 후보가 패배한 데는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여권과 보수진영은 다시 같은 전철을 밟을까 봐 고심하고 있다. 반면 진보진영의 단일화 움직임은 벌써부터 활발하다.
이와 관련해 여권 핵심부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교육감 선거에서 비공식적으로 밀어줄 트로이카 후보를 내부적으로 압축해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엔 사교육 없는 학교로 유명한 김영숙 전 덕성여중 교장을 제2의 미셸 리로 내세우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리는 미국 워싱턴의 공교육 개혁을 이끌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한국계 교육감이다.
경기는 정진곤 전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이 거론되는 가운데 박종구 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내세우자는 얘기도 들린다. 인천의 경우 여권 핵심부는 이영희 전 노동부 장관의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12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개혁 트로이카로 수도권 교육감 선거를 정면 돌파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