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이 화려한 불꽃을 태우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치솟았던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채권 값은 상승)해 채권 투자로 20% 가까운 수익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고 주식 등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갈 곳 잃은 뭉칫돈이 채권시장으로 계속 몰려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채권시장 활황세를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최대 랠리라고 평가할 정도다.
채권, 주식 안 부러운 수익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8개월 만에 3%대에 진입했다. 12일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도 연간 최저인 5.05%로 떨어졌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값은 그만큼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하루 평균 채권 거래량은 12조37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3월 들어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신용위험이 부각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현금을 확보하려고 고금리 채권을 발행했다. 이후 금리가 하락하고 채권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회사채 금리가 30%까지 치솟았다가 78%로 떨어졌던 외환위기 이후로 이렇게 단기간에 금리가 급락한 것은 처음이라며 금융위기 직후 AA등급 회사채 금리가 9%를 넘다가 5% 수준으로 떨어져 이 기간 중 1819%의 수익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08년 11월 삼성카드 채권(3년)을 8.30%에 매입해 12일 4.40%에 팔았다면 연간 13.62%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2008년 11월 당시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45%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3배 정도의 수익률이다. 올해 들어서도 국내 주식형펀드가 연초 대비 4%대의 수익률을 보이는 반면 채권형 펀드는 2% 가까운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수요 증가로 다시 금리가 하락하면서 기업들도 더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팀장은 작년 하반기와 달리 올 들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줄고 경기 둔화 조짐도 보이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부담감마지막 불꽃일 수도
금리 인상이 머지않아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10년 만의 채권시장 활황세도 조만간 저물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경기 둔화 추세가 반전될 것으로 보이고 선진국의 유동성 완화 정책이 길어지면서 금리 인상을 피하기 힘들다는 것. 최석원 팀장은 회사채 금리가 이미 많이 떨어져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고 오히려 오를 수도 있어 채권 전성시대는 조만간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며 5, 6월에 금리가 저점을 찍고 7월에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은행 특판예금이 없어지고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 중이어서 은행권 자금이 받쳐주는 유동성 채권 장세가 유지될지도 관건이라며 계속 강세를 기대하기에는 현재 가격이 비싸 보인다고 말했다.
당분간 활황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가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올해까지는 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옆걸음 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 연기금이 계속 채권을 매수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이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