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19조8444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의 자금을 끌어들이며 4일 평균 40.60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 속에 공모청약을 끝냈다. 삼성생명은 단숨에 시가총액 5위(공모가 기준 22조 원)인 대형 종목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등장하고 삼성그룹은 10년 이상 끌어온 삼성자동차 부채의 짐을 내려놓게 됐다.
12일부터 삼성생명이 증시에서 거래가 시작되면 한국의 대표 금융기업으로 자리 매김하면서 대한생명, 동양생명과 더불어 증시에 생명보험이라는 새 업종을 형성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한국 증시가 한 단계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공모주 사상 최고 기록, 최고 인기
삼성생명 이전까지 최대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았던 공모기업은 KT&G(옛 담배인삼공사)로 1999년 9월 11조5000억 원의 돈이 몰려들었다. 이때는 공기업 주식을 국민이 보유하도록 한다며 은행 창구를 통해서도 청약을 받은 국민주 공모였다. 민간기업 공모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삼성카드로 5조9570억 원을 끌어당겼다. 미래에셋증권은 5조8173억 원, 롯데쇼핑은 5조2970억 원, 대한생명은 4조2199억 원을 모아 공모주 시장의 대어로 꼽혔다.
삼성생명은 이런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그 배경에는 삼성생명의 성장성과 삼성이라는 한국의 대표그룹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갈 곳을 찾지 못하는 600조 원의 유동성이 작용했다. 묻지 마 투자심리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신한금융투자 영업부에서 만난 주부 강모 씨(54)와 한모 씨(61)는 이웃 사이로 처음 공모주 투자에 나섰다. 강 씨는 적금 4400만 원을 깼고, 한 씨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청약증거금을 마련했다. 강 씨는 큰 수익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색이 삼성인데 조금은 남겠지 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조양훈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파트 상무는 공모주 투자를 해본 적이 없는 친인척들이 은행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고 싶다며 전화 문의를 많이 했다며 600조 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에다 빚까지 내는 투자심리가 보태져 사상 최대 청약증거금이 쌓였다고 설명했다.
일반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가들의 관심도 높았다. 4월 24일 끝난 수요예측에서 기관은 11 대 1, 외국인은 10 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성민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상무는 외국인투자가 사이에서는 아이슬란드의 화산재를 뚫고 유럽으로, 미국으로 날아와 기업 설명을 하던 삼성생명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고 전했다.
상장 후 주가 움직임은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상장 이후 주가에 쏠려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기 주가전망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최대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은 6개월1년간 매매가 제한돼 내다팔 수 없는 데다 삼성생명이 9월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되면 8조1527억 원 규모의 인덱스펀드가 시가총액 비중대로 편입하기 때문. 삼성생명의 시총 비중을 3% 전후로 보면 2450억 원가량을 인덱스펀드가 매수하게 된다. 5조5333억 원 규모의 삼성그룹주 펀드도 사들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실적이 좌우할 장기 주가전망을 놓고는 엇갈리는 의견이 나온다. 김호영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공모가 11만 원은 장기보험 계약자가 만드는 미래가치까지 감안한 이 회사 내재가치의 1.23배에 그쳐 아시아 생보사 평균인 2.25배에 훨씬 못 미친다며 삼성생명은 연간 34%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13만 원까지는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생명은 성장률도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공모가가 다른 생보사에 비해 비싼 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