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중년 여성에게 성숙해졌다는 말이 새삼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히말라야를 온전히 품은 오은선(블랙야크)은 스스로의 표현처럼 많이 달라지고 훌쩍 커서 고국 땅을 밟았다. 다시 찾은 대한민국은 따뜻했고 철의 여인의 표정엔 미소가 넘쳤다.
여성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오은선이 11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14좌 완등의 소회를 밝히며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했다.
오은선은 네팔 카트만두를 떠나는 10일 엘리자베스 홀리를 다시 만났다고 말했다. 홀리 씨는 48년 동안 히말라야에 오르는 산악인들의 등정 기록을 정리한 인물. 3일 오은선을 인터뷰한 홀리 씨는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에 대해 에두르네 파사반(스페인)이 의혹을 철회하지 않는 한 논쟁 중이란 말을 지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홀리 씨는 10일 오은선을 만나 파사반이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칸첸중가 사진을 내보이며 8450m 지점에서 사라진 직후 정상에 올랐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오은선은 거기서부터 3시간 반 걸렸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홀리 씨는 과거에 칸첸중가를 초등한 원정대는 꼭대기는 밟지 않겠다는 원주민과의 약속 때문에 정상으로부터 10m를 덜 갔다는 데 당신도 그랬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오은선은 그렇지는 않고 날씨가 나빠 꼭대기를 밟지 못했다고 답했다. 오은선은 홀리 씨의 말은 결국 당신도 정상 등정을 한 것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홀리 씨는 파사반이 도전 중인 마지막 봉우리인 시샤팡마(8027m)에서 내려오면 인터뷰할 예정이다.
오은선은 파사반에 대해 이번 의혹 제기로 섭섭하기도 하지만 파사반과 오스트리아의 게를린데 칼덴브루너(히말라야 8000m 이상 12개 봉우리 등정)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은선은 독일 주간지 슈피겔 측이 세 여성 산악인이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면 응하겠느냐고 묻기에 너무 좋다고 답했다고도 했다.
유럽 언론들이 오은선에 대해 특히 비우호적인 것과 관련해서도 그는 아무래도 파사반과 칼덴브루너의 영향이 있겠지만, 그 전에 나 스스로 유럽 쪽에 나의 등반을 알리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는 오은선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위에서 뭐라 해도 나만 신경 안 쓰면 되지라는 식으로 대응했던 과거와는 분명 다른 오은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