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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용철 옹의 행동하는 안보

Posted May. 27, 201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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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국민학교 5학년 여자반 1675원, 서울여고 3학년9반 6000원, 영은유치원 원아 일동 1만5180원, 에콰도르 교민회 470달러 1970년대 중반 신문 지면에는 방위성금 기탁자 명단이 자주 실렸다. 기업은 물론 유치원생부터 해외동포까지 기꺼이 뜻을 보탰다. 1973년 12월부터 1988년 8월까지 모은 방위성금은 609억 원을 헤아렸다. 이 성금으로 F-4D 전투기와 500MD 헬기를 구입하고 한국형 장갑차도 개발했다. 1975년 당시 1000원은 지금 돈으로 약 3만 원 값을 지녔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토를 방위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국가가 세금 아닌 준조세 성격의 방위성금을 거둔 것을 잘했다고 박수치긴 어렵지만 국민의 안보의식 고취에는 큰 도움이 됐다. 1970년대 우리나라 국방비는 국가재정의 30%나 됐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 미만이었으니 크게 부족했다. 더구나 1969년 7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각국은 자국 방위의 1차적 책임을 스스로 져야한다는 독트린을 발표함으로써 우리의 자주국방이 절실했던 시기였다.

1970, 80년대에는 각종 성금이 넘쳤다. 새마을봉사대 단합찬조금, 반상회 운영찬조금, 구청체육대회 기부금, 합동결혼식 성금에다 파출소 집기구입 기부금까지 있었다. 1988년 8월 중소기업중앙회가 기업의 준조세 부담 현황을 조사했더니 성금 찬조금 기부금이 210여 가지나 됐다. 기업의 연간 준조세 부담이 7730억 원에 이르렀을 정도다. 불우이웃돕기성금과 재해의연금, 적십자회비를 제외한 찬조금과 기부금은 1989년 준조세 억제 차원에서 없앴다.

공직자 생활을 거쳐 중소기업인으로 자수성가한 김용철 옹(89)이 전재산 약 100억 원을 안보성금으로 국가에 기부했다. 김 옹은 양복 한 벌과 다 닳은 와이셔츠, 구두 한 켤레로 생활하고 1만 원이 넘는 식사는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25일 국방부장관의 감사패를 받은 그는 나의 작은 기부가 국민의 국방에 대한 관심과 국가 안보의식을 높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겸손해했다. 김 옹의 기부를 행동하는 안보라고 부르고 싶다. 참 훌륭하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