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심리전

대북심리전 재개에 대한 북한 반발이 심상치 않다. 우리 언론은 준비 때문에 확성기 방송은 2주, 전광판 가동은 45개월 후 가능할 것 같다 24일 군은 날씨가 나빠 하루 연기한다고 했는데, 날씨가 좋았던 26일엔 왜 전단을 날리지 않았느냐며 심리전 재개 시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대북심리전은 이미 시작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심리전 재개 선언과 전단(삐라)을 띄우겠다고 했다가 연기하는 것 자체가 고도의 심리전이다. 북한이 확성기를 세우면 격파사격을 하겠다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나온 것은 우리 심리전에 걸려들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자유의 소리 방송도 재개됐다. 이 방송은 북한이 하던 구국의 소리에 대응하는 것으로 최근까지도 이 방송이 있다는 것 자체가 비밀이었다. 2004년 남북 합의로 중단될 때까지 이 방송은 KBS의 한민족방송이나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 등과는 차원이 다른 심리전을 펼쳤다. 감미로운 목소리의 여성 진행자가 북한 주민들이 공감하는 소재를 놓고 다양한 해설을 했다. 속이 썩어가는 고목처럼 북한을 안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게 했다.

심리전은 맷집 싸움이다. 북한이 구사하는 좌충우돌식 위협에 굴복해 사재기를 하거나 해외로 떠나는 국민이 늘어나면 우리가 진 것이 된다. 심리전 중단에 합의한 2004년은 우리가 역전패한 경우다. 심리학 박사로 당시 심리전단을 이끌었던 모 중령은 총 한 방 쏘지 않고 북한을 무너뜨려가고 있는데, 이것이 진짜 햇볕정책으로 통일하는 길인데, 이럴 수 있느냐며 심리전 중단에 합의해준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며 통음하다 전역했다.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때의 심리전 수단은 확성기, 라디오, 전단 등 3종 세트로 한정돼 있었으나 지금은 무궁무진하다. 북한이 확성기를 향해 격파사격을 하면 확성기에 환하게 웃는 김정일 사진을 붙여 놓는다. 그리고 총격으로 너덜너덜해진 김정일 사진을 찍은 전단을 제작해 북한에 뿌리는 것이다. 국내 모든 언론이 국방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떼버리고 김정일 이름 석 자만 쓰는 것도 고급 심리전이 될 수 있다. 심리전이 통일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 어느 날 북한에서 민중봉기가 일어났다는 낭보가 날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정 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