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뚜껑을 연 62지방선거 결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유례없는 접전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10시 반 현재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서울 인천 강원 충남북 경남 제주에서는 개표가 끝날 때까지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다.
선거 초반에 한나라당이 50%를 넘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에다 천안함이라는 대형 안보 이슈에 힘입어 우세를 달렸지만 시간이 흐르며 유권자들의 여당 견제심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젊은층의 막판 투표 참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종 투표율(54.5%)이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 가운데 1995년 1회 지방선거 때(68.4%) 이후 가장 높았다.
한나라당은 일부 지역에서 막판 낙하산식 공천으로 지지표의 분열을 초래했다. 충남 경남 강원 등에서는 중앙정치 논리와 특정 실세 개입,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공천실패가 결정적 패인이 됐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계파 갈등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의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은 데다 막판 일부 후보들의 말실수와 같은 분열, 방심도 복합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쳤다. 야권이 정파와 노선을 초월한 후보 단일화까지 이루면서 MB정권 심판의 칼날을 가는 동안 한나라당은 웰빙 체질에 빠져 있었다. 이런 자세로 집권 후반기 분열과 레임덕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친노(친노무현) 후보 상당수가 선전했다. 서울(한명숙) 충남(안희정) 강원(이광재) 경기(유시민) 경남(김두관) 등 5개 시도지사 후보를 비롯해 기초단체장 후보까지 모두 30여 곳에서 선전했다. 유권자들이 이념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세대교체를 지지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스스로의 비전과 정체성 확립보다는 친노 인사들에게 후보 자리를 대거 내주고 과거의 추억을 팔아 선거를 치르는 한계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작은 승리에 취할 게 아니라 미래지향적 비전을 갖고 여당과 생산적 정책대안 경쟁을 통해 수권 야당의 면모를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여야는 선거를 치르는 동안 상호 격앙됐던 말 폭탄을 거둬들이고 민생의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갈라진 국론을 통합하고 국가발전의 동력을 한데 모으는 길이다. 여야 어느 쪽도 절대 우위를 보이지 못한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