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축구 해설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아버지가 말을 너무 많이 해 내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며 웃었다. 이어 해설이 재미있다. 선수 신분이기 때문에 부담은 덜하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보면서 해설하니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그는 독일 대표팀 선수들과 잘 알고 지낸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루카스 포돌스키(쾰른), 미로슬라프 클로제, 필리프 람(이상 바이에른 뮌헨)과는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 그는 독일의 어린 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했다. 대회 전부터 메주트 외칠, 토마스 뮐러, 제롬 보아텡 등 어린 선수들이 시즌 때 보여준 대로만 해준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 같았다며 그들은 이번 대회에서 한마디로 쿨하게 경기를 한다고 평가했다.
차두리는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 끝난 뒤 펑펑 울었다.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모습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 그는 이번 월드컵은 나에게 마지막일지 모른다. 그래서 재미있게 대회를 즐기자고 생각했다. 그런 대회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짐을 내려놓았다는 점이다.
그는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부담감이 많았다. 배낭에 마음의 짐을 싸서 남아공까지 갔다. 너무 큰 짐을 안고 가다 한순간에 털썩 놓으니 마음이 풀려 버렸다고 밝혔다. 아직 그에게 월드컵의 여운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는 해설을 위해 경기장에 들어서니 관중의 함성, 부부젤라 소리, 버스로 도착하는 선수들 모습 등 모두가 낯설지 않았다며 16강전만 잘했으면 내가 여기 있을 수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이 끝난 뒤 귀국하지 못하고 바로 영국으로 갔다. 스코틀랜드 셀틱과 입단 계약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셀틱은 기성용이 뛰고 있는 팀이다. 그는 우승을 하고 싶어 셀틱을 택했다며 원래 아버지와 함께 우승하고 싶어 K리그 수원 삼성에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감독을 그만두면서 생각을 바꿨다며 웃었다. 함께 팀에서 뛰게 될 후배 기성용에 대해선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성용이는 현재 적응기일 뿐이다. 팀 사정상 기용이 안 됐을 뿐이다. 감독과 얘기해 봤는데 월드컵 때 했던 것만큼만 하면 문제없다고 말하며 성용이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을 말하면서 계속 마지막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하지만 속마음까지는 아니었다. 그는 어떤 선수라도 능력이 되면 뛰고 싶을 것이다. 만약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대표팀에서 날 필요로 한다면 뛰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덧 30대. 제2의 인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는 목표가 하나 있다. 바로 재활치료사. 그는 공부도 더 하고 싶고 재활에도 관심이 많다며 실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재활을 제때 받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재활 쪽을 공부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남아공을 출발해 5일 귀국한 그는 빨리 집에 가서 아내와 딸을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