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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리랑 공연과 학생인권조례

Posted August. 06, 20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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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대동강 능라도에 있는 51경기장은 수용인원이 잠실운동장보다 3만 명이 많은 10만 명이나 된다. 본부석 이외에는 지붕이 없어 여름이면 뙤약볕이 그대로 쏟아진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오후 능라도 다리는 아리랑 공연에 참가하는 2만여 명 학생들로 메워지기 시작한다. 평양에는 중구역 평천구역 등 18개 구역이 있다. 구역별로 팀을 편성해 가장 잘하는 팀이 본부석 맞은편 정중앙에 앉는다.

아리랑 공연은 세계 최대 규모의 집단체조 및 예술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올라가 있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 선전과 외화벌이가 목적인 아리랑은 공연에 참가하는 어린 학생들에 대한 온갖 인권유린으로 악명이 높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다르면 한 학생이 공연 연습 도중에 맹장이 파열됐지만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숨진 일도 있다. 북한 당국은 사후에 학생에게 김일성 청년명예상을 주었다.

집단체조 동작을 반복하다가 근육과 인대가 파열되고 골절을 당하는 것은 물론 먹는 것이 부실해 영양실조와 빈혈에 걸리는 학생도 많다. 심지어 화장실에 가지 못하도록 물을 거의 주지 않고 소변을 참도록 강요해 학생들이 배뇨장애와 방광염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훈련 중에 동작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지도원에게 가차 없이 구타와 몽둥이찜질을 당 한다. 6개월에서 1년 동안 공연 준비를 하느라 수업을 방학 때 몰아서 받거나 졸업을 연기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올해 첫 아리랑 공연에 북-중 우호를 강조하기 위해 우의() 아리랑이라는 공연을 추가했다.

올 2월 경기도 교육청이 내놓은 학생인권조례안에는 체벌 금지와 두발복장의 자유화 등이 담겨 있었다. 학생들에게 사상과 집회, 결사의 자유도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성인과 똑같은 권리를 부여할 수는 없다. 잘못된 길을 가면 때로는 꾸짖고 회초리를 들어서라도 바로잡는 것이 옳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은 부모 세대에 비해 훨씬 풍요로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남쪽 학생들이 아니라 인권이 철저히 유린되는 북한 학생들이다. 진정한 학생인권조례는 학습권을 박탈당한 채 외화벌이와 체제선전에 동원된 북한 학생들에게 필요하다.

이 정 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