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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은선의 14좌 완등 시비

Posted August. 28, 201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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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여성 산악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에 오른 오은선 씨(44)의 기록이 국내 산악인들에 의해 부정됐다. 칸첸중가(8586m)를 정복한 엄홍길 씨 등 산악인 7명의 결론이다. 이들은 오 씨가 정상에서 찍었다는 사진 속 지형을 칸첸중가에서 찾아볼 수 없고, 등반 과정에 대한 설명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14좌를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66이탈리아)와 고산 등정 인증가인 엘리자베스 홀리(86미국)는 물론이고, 여성 최초 타이틀을 놓고 그와 경쟁하다 올해 5월 14좌를 완등한 에두르네 파사반(36스페인)도 인정했던 기록이다.

오 씨를 제외해도 한국은 스페인과 더불어 가장 많은 14좌 완등자(3명)를 보유한 나라다. 한국 산악계의 눈부신 성장은 인정사정없는 경쟁 덕분이었다. 엄홍길 씨는 후배인 박왕석 씨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2000년 한국인 최초로 14좌를 완등했다. 그러나 로체와 시샤팡마 등정이 이상하다는 시비가 따라다녀 2001년 두 봉을 다시 올랐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엄 씨의 완등은 2001년으로 보고, 박 씨를 한국인 최초의 14좌 완등자로 꼽기도 한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1970년 동생과 함께 처음으로 8000m급 고봉에 올랐다. 그러나 하산 길에 동생이 처지자 그냥 버려두고 내려와 영원한 실종자로 만들었다. 그의 동생 시신은 35년 만에 냉동 상태로 발견됐다. 메스너는 냉혈한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1978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하고 1986년엔 14좌를 완등했다. 그 후 14좌 도전은 무산소로 최단기간에 오르는 개인전이 됐다. 장비의 도움 없이 사람의 힘만으로 자연에 맞서는 비정한 승부가 된 것이다. 자연과의 정면 승부를 위해 대원들은 서로의 연결 로프를 풀고 오르기도 한다.

한국 산악계가 14좌 완등에 집중하는 사이 유럽 산악계는 산소가 희박한 8000m대에서 직벽()이나 빙벽()으로 정상에 오르는 사조를 만들어냈다. 고산 등반은 점점 더 죽음을 눈앞에 둔 극한투쟁으로 바뀌게 됐다. 악우()는 사람이 아닌 자연에 맞서 즐기는 사람들이다. 국내 산악인들에게 상처를 입은 오 씨도 다시 칸첸중가에 오를 결심을 할지 모르겠다. 산이 좋아 산에 오르기 시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정 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