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의 용추봉에서 발원해 항구도시 목포에 이르는 영산강은 예부터 중요한 뱃길이었다. 흑산도에서 홍어를 잡아 뱃길을 따라 영산포에 도착하면 벌써 푹 삭아 코끝을 찌르는 특유의 맛을 냈다. 영산포에는 국내 유일의 강변 등대가 남아있다. 오래전에는 밀물 때 바닷물이 광주 하남과 장성, 화순의 지천까지 드나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와 박광태 광주시장이 영산강 뱃길 살리기를 공약한 것도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영산강이 오랫동안 방치된 채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였다.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이 20일 영산강 하류에 유람선과 요트가 오갈 수 있도록 하굿둑에 있는 6m가량의 기존 통선문()의 폭을 2030m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통선문 폭이 넓어지면 서해에서 20003000t급 배가 들어와 영산강 유역의 영산호와 영암호를 거쳐 죽산보()가 있는 상류 40km까지 드나들 수 있다. 박 전남지사가 영산강 뱃길을 복원하고 관광레저 중심지로 키우려면 하굿둑에 유람선이 다닐 수 있도록 통선문을 설치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민주당과 일부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은 대운하의 전() 단계라며 4대강 사업에 반대해 왔다. 민주당 소속인 박 전남지사는 지난해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필요성을 밝히며 사업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당내에서 공천 배제 위협을 받고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그럼에도 그는 어차피 통수문()이 필요하므로 유람선과 요트 정도는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영산강 뱃길 복원도 가능하고 사업비도 절감된다. 지역사회의 오랜 요구라고 강조했다. 대형 화물선이 다니는 대운하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민생을 위한 실용()으로, 김두관 경남지사가 특위까지 만들어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정부의 선택이다. 그동안 정부는 배추값 폭등을 4대강 사업 탓으로 몰아붙이는 민주당을 포함한 4대강 반대운동 세력과 피곤한 싸움을 벌여 왔다. 그런 사람들에게 4대강 사업은 역시 대운하라고 또다시 시비를 걸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하기 싫은 나머지 영산강의 통선문을 포기하고 말 것인가, 현지 지사와 지역민의 요구를 수용해 밀고 나갈 것인가.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