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북 경주시에서 총성 없는 환율 전쟁이 시작됐다. 이날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40여 명의 경제 수장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놓고 치열한 기세 싸움을 벌였다. 한국은 경쟁적인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지양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성명서(코뮈니케) 초안을 만들어 합의를 유도했다. 20개국 재무차관이 이날 밤늦게까지 성명서 조율작업을 벌인 뒤 재무장관들이 23일 오후 최종 합의된 성명서를 발표한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21일 경주에서 한 미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위안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며 노골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22일 오전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도 일본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환율은 자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거두는 중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올해 6월 캐나다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환율 유연성 제고 수준이면 합의할 수 있다라고 대응했다고 회의 참석자가 전했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 정부는 성명서 초안에 경제 여건을 반영하는 시장 지향적인 환율 시스템을 구축하고, 각국은 환율의 급변동을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참석자들 사이에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미국이 환율 문제에 대해 워낙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한국의 초안보다 더 높은 수준의 환율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경주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해 국가 간의 경제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경상수지라든가 환율을 포함한 각종 정책수단과 그 집행 시기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