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Hobbit)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판타지 소설이라는 영국 작가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난쟁이족이다.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절대반지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이를 파괴해 세상을 구하는 임무를 이들이 완수해낸다. 2003년엔 키가 1m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고 두뇌 용적률은 인간과 유사한 두개골이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돼 호빗족이 실제 존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나중에 이는 섬 환경에 적응한 현생인류의 한 종족이었음이 밝혀졌다.
호빗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인간, 요정, 마법사, 오크 등 여러 종족 중 하나이지만 톨킨은 호빗(The Hobbit)이란 작품을 먼저 썼다. 영국 설화와 민담에 관심이 많았던 톨킨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내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호빗이었다. 호빗이 성공하자 출판사의 요청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반지의 제왕이다. 호빗은 프로도의 삼촌인 빌보 배긴스가 용의 안내로 보물을 찾아다니는 험난한 여정을 그린 것이다.
반지의 제왕은 예술적으로도, 상업적으로 성공했지만 가장 큰 승자는 뉴질랜드였다. 뉴질랜드 출신 피터 잭슨 감독은 뉴질랜드의 제한된 인프라와 시원찮은 인력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할리우드의 지적에도 모국을 촬영지로 택했다. 시각효과와 필름 처리를 위한 회사를 직접 세우기도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을 통해 그는 현지인 2만3000명을 고용하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어디서든 카메라만 갖다 대면 그림이 되는 아름다운 경치는 뉴질랜드 관광 붐을 일으켰다. 이 공로로 그는 영국 여왕에게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잭슨 감독이 이번엔 6억7000만 달러를 들여 호빗을 뉴질랜드에서 찍기로 했는데 복병이 나타났다. 배우노동조합이 배우 근로조건이 열악하다며 보이콧을 결정한 것이다. 그가 촬영지를 외국으로 옮길 것을 시사하자 뉴질랜드 정부가 깜짝 카드를 들고 나왔다. 6000만 달러(약 669억 원)의 면세 혜택과 함께 배우들이 쟁의를 못하도록 고용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나라 정부는 노조와 야당의 반발을 각오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잭슨 감독은 뉴질랜드에 눌러앉기로 했다. 호빗은 또 한 번 뉴질랜드의 구세주가 될까. 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전개됐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