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대금을 둘러싸고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와 현대그룹 간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인수자금 출처 검증에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한 데 이어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카드까지 꺼내들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일 아직 현대건설 인수대금과 관련해 조사 요청이 들어온 것은 없지만 꼭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가능한 범위에서 감독당국이 확인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 문제는 가급적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채권단의 조사 요청에 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이 제시한 현대건설 인수자금 가운데 논란이 일고 있는 동양종합금융증권의 투자금 8000억 원과 현대상선의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 1조2000억 원에 대해 금융당국이 직접 확인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은 조만간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열어 금융당국에 인수대금 관련 조사를 요청할지 협의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외환은행에 대한 압박도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1일 외환은행에 예치된 예금 1조3000억 원가량을 인출한 현대차그룹은 이날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외환은행에 급여계좌가 있다면 이날 중 다른 은행으로 옮기고 회사에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차그룹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에 1차 자료제출 시한인 7일 이후 5일간의 유예기간을 더 주는 것은 불법이라며 법적공방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맞서 현대그룹도 이날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입찰에 대한) 이의 제기 금지 허위사실 유포 등 명예 및 신용 훼손행위 금지 주식매매계약 체결 방해행위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한편 외환은행은 지난달 말 현대그룹에 6일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현대그룹은 올해 5월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됐으나 현대건설 인수를 앞두고 신규 자금 조달에 제약이 따르는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