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65개국의 만 15세 학생 47만 명을 대상으로 치른 2009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가 어제 발표됐다. 최근 몇 년간 핀란드가 독차지하던 세계 학력 1위 자리를 중국 상하이가 차지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국가가 아닌 지역 자격으로 PISA 평가에 처음 참가한 상하이는 읽기 수학 과학 3개 부문에서 모두 1등이었고 2등과의 격차도 컸다. 예컨대 수학 점수는 600점으로 영역별로 36위를 차지한 우리 점수(546점)보다 54점이나 높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경희 국제학업성취도평가실장은 상하이와 꼴찌 국가의 학력 격차를 학년으로 계산하면 6년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은 선진국 클럽인 OECD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상하이는 경제협력 파트너 자격으로 참가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같은 중국계인 싱가포르 홍콩 대만보다도 훨씬 높은 성적이다. 교육 강국 핀란드는 읽기와 수학에서 우리에게 밀렸고 과학에서는 중국 상하이에 이어 2, 3위를 차지했다. 이제는 상하이 교육에서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중국은 수월성() 교육을 하는 학력중점 학교를 선정해 운영한다. 상하이에는 그런 학교가 100개나 있다. 중국 학생들의 평균 수업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길다. 모든 학교가 영재학급을 만들어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중학생을 시험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치열한 진학 경쟁을 벌인다. 물론 상하이 학생의 학력이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상하이 내부에서 학력 격차가 우리보다 훨씬 심한 것은 문제점이기도 하다.
우리의 PISA 결과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읽기 수학 과학 전 영역에서 최상위권의 성취수준을 보였고 2006년에 11위였던 과학 영역의 학력이 47위로 상승했다. 무엇보다 좋은 조짐은 하위권 학생의 성적이 올라 학력격차가 줄었다는 점이다. OECD도 이번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을 국가 우수사례로 꼽았다. 그러나 이런 높은 성취가 공교육 덕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서글프다. 상하이의 도약에서 우리가 확인하게 되는 것은 공교육과 수월성 교육의 중요성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