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이자 탐험가인 박영석 대장(48)이 태양력과 풍력만을 이용해 남극점을 밟았다.
박 대장이 이끄는 남극 횡단 그린 원정대는 지난해 12월 20일 남극 대륙 패트리엇힐을 출발해 41일 만인 28일 남극점에 도착했다. 박 대장으로서는 두 번째 남극점 도달이다. 사실 원정대의 목표는 남극점이 아닌 남극 횡단이었다.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친환경 스노모빌을 사용해 한국인 최초로 남극 횡단에 도전했다. 남극점 등을 거쳐 테라노바 만에 이르는 이동거리 약 5000km의 횡단을 꿈꿨다.
하지만 30년 만의 이상 기후가 발목을 잡았다. 스노모빌은 충전판을 펼치고 9시간 태양열을 충전하면 3시간 이동이 가능하다. 남극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이어진다. 백야를 이용해 충전이 언제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원정 기간에 태양을 보기 힘들었다. 대신 블리자드(눈폭풍)와 폭설 등이 원정대를 괴롭혔다. 날씨가 흐린 날이 많아 충전 시간은 길어졌고 이틀 동안 충전만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박 대장은 본보와의 위성전화 통화에서 원정 기간의 절반 이상이 흐린 날이었다. 제대로 태양이 뜨지 않아 태양광 충전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틀 전부터 식량과 물마저 떨어져 극한의 추위, 배고픔과 사투를 벌였던 원정대는 남극점 도달 뒤 식량 수송을 받고 가까운 남극기지로 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박 대장은 친환경적으로 남극점에 도달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실제로 이상 기온이 남극에 미친 결과를 몸소 겪다 보니 지구 환경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