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는 16일 자사 홈페이지에 모토로라 인수와 관련해 파트너 회사 CEO들이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은 구글의 깊은 헌신을 보여주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적었고, LG전자 박종석 MC사업본부장(부사장)도 안드로이드 진영을 방어하기 위한 구글의 헌신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를 발표하기에 앞서 주요 파트너사 CEO들에게 미리 알리고 축하 메시지를 받은 것을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환영과 축복 메시지는 비즈니스 세계의 외교적 수사일 뿐.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에는 충격이었다.
삼성 LG 겉으론 환영했지만
구글이 2007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선보일 때부터 제조사들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업에 뛰어들 것을 우려했다. OS와 기기를 모두 장악하고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애플처럼 구글도 구글판 아이폰을 만들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구글은 제조업에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제조사들을 안심시켜 왔다.
이를 믿고 스마트폰 초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를 쓴 옴니아를 생산하던 삼성전자도 과감히 구글로 갈아탔다. 무료로 OS를 제공하며 제조사들을 끌어들인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2011년 2분기(46월) 현재 43.4% 점유율로 애플의 iOS 및 노키아의 심비안을 따돌리고 스마트폰 OS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이런 성공적인 파트너십이 이제 균열 위기에 빠지게 됐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독립된 회사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은 결국 구글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번 인수가 단지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든 미디어를 지배하겠다는 구글의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페이지 CEO가 모토로라가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가전 시장에서도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올싱스D는 모토로라 인수는 거실을 지배하려는 구글의 최종목표를 향해 가는 정착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이 모토로라의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TV 등 가전 시장에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삼성전자, LG전자는 구글과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삼성 바다 OS 강화 전망, MS 윈도도 반사이익
삼성전자는 어떤 대응전략을 펼쳐야 할까. 당장 삼성과 구글의 협력구조가 깨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쪽 모두 서로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에의 의존도를 줄여나가며 대항마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대해 이미 예상했던 일이고 큰 문제 안 될 것이라며 삼성은 자체 OS도 가지고 있고 MS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은 우선 자체 OS인 바다 보급에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주로 팔리고 있는 삼성 바다폰은 2010년 2분기 점유율 0.9%대에서 올 2분기 1.9%까지 뛰어오르며 MS의 윈도폰(1.6%)을 앞질렀다. 삼성전자는 올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 전시회 IFA에서도 새로운 바다폰을 공개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MS의 윈도폰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해외에서 윈도폰을 출시했고 국내에서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15일(현지 시간) 인수 발표 이후 노키아의 주가가 뉴욕 증시에서 17%, 핀란드 헬싱키 증시에서 9%나 급등한 것도 MS와 손잡은 노키아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MS의 노키아 인수 가능성도 흘러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앞으로 안드로이드폰과 윈도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자체 OS 바다를 키우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삼성보다도 카드가 적다. 자체 OS 없이 전적으로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하드웨어 제조사로서 연구개발(R&D), 제품기획, 글로벌 마케팅 등 3개 측면에서 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가면서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OS 다각화 및 독자 OS 개발 등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