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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군출신이다 130명 전원구조 설봉호의 기적 낳았다

나는 해군출신이다 130명 전원구조 설봉호의 기적 낳았다

Posted October. 03, 2011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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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병장 출신 40대 사업가가 승객과 승무원 130명이 전원 무사 구조된 여객선 설봉호(4166t)의 기적을 만든 숨은 주역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남 여수해양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설봉호 승객 6명이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승객 박상환 씨(49대구 서구 내당동사진)가 승객들의 동요를 막고 비상탈출 시범을 보이는 등 인명피해 발생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2일 밝혔다.

박 씨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급박했던 설봉호 화재 상황을 상세히 기억해냈다. 박 씨는 부인(47)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가기 위해 설봉호를 탔다가 6일 오전 1시 10분경 주변 소란을 듣고 설봉호에 불이 난 것을 알게 됐다.

박 씨 부부도 서둘러 선수 갑판으로 피신했으나 여객선 전원이 나가 갑판은 암흑천지였다. 선수 갑판으로 탈출한 승객들은 어둠 속에서 공포에 떨며 우왕좌왕했다.

박 씨는 그 순간 나는 해군 출신이다. 이 정도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다. 질서만 유지하면 모두 살수 있다고 고함을 쳤다. 잠시 뒤 설봉호 내부에서 폭발음이 들리자 승객들은 또다시 동요했다.

그러자 박 씨는 기관실이 폭발한 것이 아니라 배에 실린 차량 타이어가 터지는 소리라며 승객들을 재차 안심시켰다. 박 씨는 승객들이 갑판에서 컴컴한 바다로 사다리를 타고 구명정으로 내려가는 탈출을 주저하자 직접 시범을 보이며 첫 번째 구명정에 탑승했다. 이후 구명정에 실린 조명탄을 쏘며 구조를 요청했다. 잠시 뒤 여수해경 소속 경비함 317함(460t)이 도착해 구조작전이 펼쳐졌다. 김영태 설봉호 사고보상 대책위원장은 박 씨는 동요하는 승객들을 안심시킨 뒤 노인, 여성, 아동들을 먼저 구명정에 태우자고 제안할 정도로 침착했다고 설명했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