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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보선 공약경쟁 후유증 뻔하다

Posted October. 11, 20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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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시장에 당선되면 2014년까지 서울시 및 시 투자기관의 부채를 4조 원 이상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시장 임기 중 부채 7조 원 감축을 약속했다. 두 후보가 부채 축소를 공약으로 내건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하지만 얼마나 현실성 있는 공약인지, 다른 공약과의 정합성()은 갖추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동아일보가 어제 서울시에 확인한 결과 서울시 및 투자기관의 순수 채무는 서울시 3조8177억 원, 투자기관 15조7928억 원 등 모두 19조6105억 원이었다. 여기에 통상적 의미의 빚이라고 보기 어려운 SH공사의 임대보증금이나 분양계약금 등도 포함한 넓은 의미의 부채는 25조5364억 원(서울시 4조9795억 원, 투자기관 20조5569억 원)에 이른다.

이번 보선에서 당선되는 새 서울시장 임기는 2014년 6월 말까지 2년 8개월 정도다. 두 박 후보가 적자 감축 공약을 지키려면 최소한 나 후보는 연간 1조 원, 박 후보는 2조 원 이상의 서울시 부채를 줄여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빚을 줄이려면 세수() 등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이는 것 외의 다른 방법은 없다.

나 후보는 임기 중 공공임대주택 5만 호, 박 후보는 8만 호 건설을 공약했다. 두 후보는 최소생활 기준선,(나 후보)이나 시민생활 최저선(박 후보)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사실상 세금급식인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보인다. 박 후보는 2014년까지 서울의 모든 초중등학생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을 공약한 반면, 나 후보는 소득수준을 감안한 단계적 맞춤형 급식을 내걸었다. 이런 공약들을 모두 지키려면 서울시 지출은 줄어들기는크녕 오히려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

부채 감축 방안에 대해 나 후보는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과 행사성 사업 축소와 추진 사업의 시기 조정을, 박 후보는 전시성 토건사업 축소와 서울시 재산임대 수입 확대를 제시했다. 어느 정도 빚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두 후보가 주장하는 만큼의 적자 축소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기존 사업이나 신규 사업의 폐지나 축소가 서울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재정적자 감축과 복지지출 확대의 병행이 수사()로는 그럴듯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쉽지 않다. 이대로 간다면 서울시장 보선을 둘러싼 공약경쟁의 후유증이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