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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는 안내리고 손님과 싸움 붙이나

카드 수수료는 안내리고 손님과 싸움 붙이나

Posted October. 13, 201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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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정오 서울 중구 서소문동의 한 분식집은 점심식사를 하러 온 직장인들로 붐볐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손님 대부분은 카드로 음식값을 지불했다. 혼자나 둘이서 식당을 찾은 사람들은 음식값이 1만 원을 넘지 않았지만 스스럼없이 카드를 내밀었다. 분식집 사장은 1만 원 이하는 카드결제가 안된다고 하면 손님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정부가 나서서 화살을 상인들한테 돌리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금융당국이 1만 원 이하 소액에 대해 신용카드 결제 거부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상인들마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손님과 싸움 붙일 일 있냐는 것이다. 음식업중앙회는 자체 조사 결과 대부분의 음식점 업주들이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며 정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18일 범외식인 10만 명 결의대회에서 소액 카드결제 거부를 허용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와의 다툼이 뻔한 데다 경쟁 가게에 고객을 뺏길 우려도 있어 섣불리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법 개정 추진은 업주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46)도 카드수수료 인하는 안 해주고 괜히 소비자와 상인들 간 감정싸움을 부추기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달갑지 않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법안 개정 철회에 찬성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카드 쓰면 소득공제 해준다며 장려하더니 이제 와서 소액 결제는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윤재성 씨(29)는 카드 한 장이면 다 되는 스마트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상인들은 현재 2.7%에 이르는 카드수수료를 대형마트 수준인 1.5%까지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카드사들마다 수천억 원씩 이익을 내는 마당에 서민 배려는 안중에도 없다고 주장한다.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한 100만 명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측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의 대표적 독소 조항인 카드결제 거부 시 처벌 가능 조항이 남아 있는 한 카드사의 우월적 지위는 변함이 없다며 수수료율을 인하하지 않으면 장외 궐기대회와 헌법소원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결제금액이 작으면 카드사 수익이 줄고, 자칫 역마진까지 나올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카드사는 전체 수수료 중 결제대행사(VAN) 이용료 등 고정비용을 빼면 1만 원 이하 소액의 경우 역마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김철중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