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수하면 큰 형님(두목)께 도움이 되고 우리에게 선처가 가능합니까? 큰 형님이 감옥에서 고생하시는데 밖에서 호강하거나 거리를 활보할 수 없습니다
칠성파와 함께 부산 양대 폭력조직인 신20세기파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올 4월 10일 부산지검 강력부 최재만 검사실로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검찰이 조직 두목 홍모 씨(39)를 4월 초 구속한 직후였다. 스스로 신20세기파 조직원이라고 밝힌 이 사람은 자신이 자수할 테니 두목을 선처해달라고 요구했다.
다음 날에도 프로야구 선수 출신 조직원인 A 씨(24)가 같은 내용으로 자수 의사를 밝혔다. A 씨는 고교시절 부산에서 짱으로 유명했다. 신20세기파가 신규 조직원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그 유명한 A가 우리 조직에 들어왔다며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을 정도다. 검찰이 자수하면 구형할 때 유리할 수도 있다고 하자 전화를 건 A 씨 등 조직원 5명이 지난달 초순 검찰에 자수했다. 신20세기파는 영화 친구에서 배우 장동건이 행동대장 역할을 한 조직으로 조직원만 12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신20세기파가 칠성파 다음으로 센 양대 폭력조직이 아니냐고 묻자 조직원인 B 씨(29)는 검사님. 무슨 소리를 합니까. 우리가 칠성파보다 훨씬 셉니다. 우리 죄질이 더 안 좋습니다. 칠성파 밑에 있고 싶지 않습니다. 조서에 제가 한 말을 꼭 써주십시오라고 당부까지 했다.
류혁 부산지검 강력부장은 야구 레슬링 유도 복싱 태권도 등 고교시절 운동선수 출신들이 조직원에 많이 포함돼 있었다며 조폭들이 학교 내 일진세력이나 신체조건이 뛰어난 운동선수 출신을 영입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20일 두목 홍모 씨 등 11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 기소하고 행동대장 K 씨(31)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