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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프닝으로 끝난 김정은 이란 비동맹회의 참가설 전말

해프닝으로 끝난 김정은 이란 비동맹회의 참가설 전말

Posted August. 23, 201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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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비동맹회의(NAM)에 참석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한다.

22일 새벽 이 같은 내용의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정부 외교안보 부처에는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확인 결과 북한의 통치체제에 익숙지 못한 이란 언론의 오보에서 비롯된 해프닝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은 이란의 인터넷매체인 타브나크가 김정은이 26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리는 NAM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일부 아랍권 언론이 이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고, 국제적 통신사인 독일 DPA통신이 22일 오전 3시경 타브나크의 기사를 인용해 김정은이 첫 해외 방문지로 이란을 선택했다고 송고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는 긴급 확인에 나섰다. 김정은의 이란 방문이 사실이라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NAM은 냉전시대였던 1961년 미-소 양 진영에 속하지 않은 개발도상국들이 제3의 세력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결성했다. 북한도 1975년 NAM의 회원으로 가입한 이래 이른바 쁠럭불가담(비동맹) 외교를 중시해 왔다. 하지만 NAM의 모태가 된 반둥회의 10주년을 기념해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대회에 김일성 주석이 참석했을 뿐 보통 3년마다 열리는 NAM 정상회의에는 연형묵 총리, 박성철 부주석,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정은이 가장 가까운 우방인 중국보다 먼저 NAM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란을 방문한다면 앞으로 김정은이 중국 의존 외교에서 벗어나 전방위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대표적 반미()국가이자 북한과의 핵미사일 커넥션 의혹을 받는 이란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할 것을 검토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김정은과 만날 것인지도 관심사가 된다.

반면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이 진행 중이고, 김정은이 성대하게 치르라고 직접 지시한 청년절(28일) 행사를 앞둔 시점에 김정은이 평양을 비우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부 당국자들도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뭔가 와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란 정부 측에 사실 확인에 나선 주이란 한국대사관이 이날 오후 2시경 김정은의 NAM 참석에 관한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외교부에 보고하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란 관영통신사인 IRNA도 이날 오후 비동맹회의 대변인을 인용해 김정은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이번 해프닝은 북한의 통치체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헌법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한다고 돼 있다. 즉 북한의 실질적인 최고지도자는 김정은이지만 대외적인 국가수반은 김영남 위원장이 된다.

당초 타브나크와 인터뷰를 한 비동맹회의의 대변인은 북한의 국가수반(head of state)이 참석한다고 표현했을 뿐 김정은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지도자는 당연히 김정은이라고 여긴 타브나크의 기자가 김정은이 온다고 썼고, 다른 언론들이 이를 받아쓴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 회의에는 실제 김영남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택동 이정은 will71@donga.com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