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 강화의 종착점은 시든 경제, 힘든 민생이다

19대 국회가 개원 이후 발의한 기업 관련 법안 155건 중 80%가 기업 활동의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순환출자 금지나 출자총액제한제도처럼 과거 논의됐다가 폐기된 법안이거나 다른 당의 법안의 숫자나 단어만 슬쩍 바꾼 베끼기 법안이다. 경제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대기업 때리기에 열을 올리다보니 나타난 불균형이다.

기업 경영인들은 극단적으로 한쪽에 치우치는 쏠림이 경제를 망치는 독약이라고 우려한다. 경제 규제는 공정 경쟁의 질서를 세우고 시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개입을 말하는 것이지 반()기업 정서의 분출구가 아니다. 공공의 이익보다 집권이나 재선을 노린 무분별한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면 시장은 위축되고 서민만 골탕 먹는다. 대형마트 규제로 재래시장이 나아진 게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 나오고 있는데도 비슷비슷한 대형마트 규제 법안이 14건이나 이번 국회에 발의됐다. 정치인들은 대형마트 규제로 인해 납품할 곳을 잃은 농민, 유통 혁신이 사라져 비싼 값에 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사야 하는 소비자, 대형마트 일자리를 잃은 서민은 안중에 없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진입규제,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거래규제, 가격을 통제하는 가격규제 등과 같은 경제 관련 규제가 70건이나 늘었다. 직역 이기주의에 밀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가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투자 유치의 전초기지인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병원 하나 열지 못하고 허허벌판으로 방치돼 있다. 1만8000개의 일자리와 12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기대했던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은 18대 국회에서 폐기된 뒤 감감무소식이다. 규제 만능주의에 매몰돼 한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아줄 규제 개혁은 표류하고 있다.

경제난으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과, 좌파 정부의 으름장에도 공장 문을 닫고 직원 8000명을 줄여야 하는 프랑스 자동차회사의 우울한 현실은 남의 일이 아니다. 기업이 위축되고 돈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면 민생은 힘들어진다. 회사원 김 씨는 직장을 잃고 근처의 식당 주인 박 씨도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일감이 없어진 건설 노동자 이 씨는 고금리 사채로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벼랑 끝 인생으로 내몰린다.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을 배 아파하는 비뚤어진 평등 의식보다는 기업이 돈을 벌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회 인식이 경제를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