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콩글리시가 있듯이 프랑스에는 프렝글리시가, 독일에는 뎅글리시가 있다. 독일에서는 휴대전화를 독일식 영어로 핸디(Handy)라고 한다. 영어권 어디에서도 쓰지 않는 말이다. 휴대전화는 영국에서는 모바일폰이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셀룰러폰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전철을 트람웨(Tramway)라고 하는데 정작 영어권에서는 그냥 트램이라고 하지 트램웨이라 하지 않는다.
영어에도 없는 영어식 표현을 만들어내는 데는 일본인이 선수다. 사실 콩글리시의 상당수는 일본에서 온 것이다. 봉급생활자를 뜻하는 샐러리맨은 1930년대부터 쓰인 일본식 영어()다. 영어로 굳이 표현한다면 salaried man이라고 해야 한다. 영어권에서는 이런 표현도 잘 안 쓰고 화이트칼라 워커(white-collar worker)라고 한다.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을 스펙으로 줄여 부르는 것도 일본식이다. 다만 이 말을 제품 명세서가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자격조건이란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국식 변형이다.
영국 BBC가 최근 콩글리시를 영어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소개하면서 스킨십(skinship)을 예로 들었다. 스킨십도 실은 일본에서 먼저 사용된 말이다. 1953년 세계보건기구(WHO) 세미나에서 한 미국 학자가 엄마와 아이 사이의 피부접촉을 통한 소통이란 의미로 사용한 것이 일본에 전해져 사용됐다는 게 일본대백과사전의 설명이다. 영어권에서는 터치십(touchship)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 위키피디아는 스킨십을 일본식 영어로 분류한다. 한국에서는 이 말이 엄마와 아이보다는 연인 사이의 남녀 관계에 더 자주 쓰인다.
BBC는 영어의 진화가 인터넷에서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문 웹페이지에 비영어권 누리꾼이 글을 대거 올리면서 그들의 언어권에서 사용하는 영어 방언들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콩글리시와 인도권의 힝글리시를 예로 들었다. 힝글리시에서는 처남 매부 사이 등 결혼으로 맺어진 남자형제를 brother-in-law 대신 co-brother라고 표현한다. 이 같은 현상이 영어를 풍성하게 만든다며 타락이 아니라 진화로 봐준 것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콩글리시는 일본식 영어를 따라 쓰는 일이 많으니 뒷맛이 개운치 않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