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말 송년회 자리에 위스키 시바스 리갈을 들고 가서 친구들과 나눠 마셨다. A 씨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김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마셨다는 술인 시바스 리갈을 마시면서 옛 추억을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연말 A 씨처럼 박 전 대통령과 연관된 양주를 선물하거나 마신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위스키 시장에 박풍()이 분 것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1, 12월 박 전 대통령이 마신 것으로 알려진 양주인 시바스 리갈과 로열 살루트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10일 밝혔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 기간 시바스 리갈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로열 살루트의 매출은 14.3% 늘었다. 시바스 리갈은 12년산이, 로열 살루트는 21년산이 많이 팔렸다. 두 제품은 지난해 9, 10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각각 2.1%와 0.3% 줄어들다가 11월부터 매출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마트에서도 두 제품 모두 큰 폭으로 매출이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연말 위스키 시장에서 싱글몰트 위스키인 맥캘란이 가장 인기인 가운데 시바스 리갈과 로열 살루트 모두 두 자릿수 오름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 중장년 남성에게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은 양주인 밸런타인과 조니 워커 시리즈는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7%와 23.8%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연말에는 위스키보다 와인 소비가 증가하는 가운데 유독 시바스 리갈과 로열 살루트를 선택한 소비자들이 많았던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양주는 유흥주점 등에 공급되는 양주와 유통경로가 다르기는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바스 리갈과 로열 살루트는 둘 다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술이다. 시바스 리갈은 1979년 10월 26일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발생한 박 전 대통령 시해사건 현장에 있던 술로 유명하다. 로열 살루트는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박준규 당시 공화당 의장서리가 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해 청와대 수석들과 함께 마신 것으로 알려진 술이다. 박 전 대통령은 막걸리에 사이다를 탄 막사를 자주 마실 정도로 서민적인 풍모도 있었지만 시바스 리갈과 로열 살루트도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