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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한국학교의 위기

Posted January. 30, 201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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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일본 오사카() 부() 이바라키() 시의 코리아국제중고교(KIS) 교정. 재학생과 교직원, 재일교포 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태극기 게양식이 열렸다. 2008년 설립된 이 학교에 태극기가 오른 건 이날이 처음이다.

재일교포 문홍선 아스코홀딩스 회장은 민족과 국경을 초월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한국도, 북한도 지지하지 않는 중립 국제학교를 표방하며 학교를 설립했다. 하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을 버티지 못한 그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에 재외한국학교로 승인을 신청했다. 별 문제가 없으면 조만간 일본에서 한국학교가 하나 더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내 한국학교의 교육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한국학교는 도쿄() 1곳(도쿄한국학교)과 오사카 인근 3곳(건국학교, 금강학교, 교토국제학교) 등 모두 4개뿐이다. 일본의 양대 도시인 도쿄와 오사카에 살지 않는다면 한국학교에 다니는 것이 불가능하다.

재일교포의 차선책은 조선학교다. 북한을 지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세운 조선학교는 일본 전역에 약 70개가 있다. 오사카 총영사관에 따르면 간사이() 지역 조선학교 9곳에는 165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 중 상당수는 한국 국적자다. 이들은 좋든 싫든 북한의 우상화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달 초 조선학교 학생 약 120명이 소년예술단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로부터 일반 국제학교 인가를 받은 도쿄한국학교는 독립적인 교과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한국학교는 모두 1조교()다. 일본 학교교육법 1조에 해당하는 학교란 뜻으로 일본 교육과정을 준수하고 검증 교과서를 이용해야 한다.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는 일본 땅이라고 배운다는 얘기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부수적으로 배우다 보니 졸업생 중에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건국, 금강, 교토국제학교는 한국학교라기보다 민족학교로 불리고 있다.

재일교포가 만든 민족학교임에도 불구하고 1조교를 선택한 것은 재정 문제 때문이다. 이들 학교는 지난해 수업료 등 자체 수입(43.4%)과 한국 정부 보조금(21.3%) 외에 일본 지방정부 보조금(35.3%)을 받았다. 일반 국제학교로 승인받으면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도쿄한국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민족학교의 재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현재 정원의 65% 정도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오사카 지역 교포들은 29일 민족학교 발전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켜 교육재원을 모으는 데 힘쓰기로 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