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발견된 중국 지린() 성 지안() 고구려비가 지금까지 발견된 3개의 고구려비 중 가장 시기가 이른 광개토대왕(374413년) 때 세워진 것으로 중국 측의 연구결과 밝혀졌다.
동아일보가 11일 동북아역사재단을 통해 입수한 지안 고구려비 연구보고서(사진)에 따르면 이 고구려비는 광개토대왕이 아버지 고국양왕(?391년)의 무덤인 천추총()에 세운 비석이다. 광개토대왕의 아들 장수왕(394491년)이 세운 광개토대왕비와 충주고구려비보다 건립 연대가 이르다.
지안 시 박물관이 작성해 국가문물국(문화재청)에 보고한 214쪽 보고서에 따르면 비석에 새겨진 218자 가운데 판독한 글자는 기존 140자에서 156자로 16자 늘었다. 비문의 내용은 공개된 것처럼 왕릉 관리를 뜻하는 수묘()제와 관련이 있다. 이 보고서는 발견 경위와 연구 과정, 비문 해석, 글자를 확대한 고해상도 사진 등을 담았다.
비의 건립 연대를 광개토대왕 때로 본 근거는 광개토대왕비에 쓰인 조선왕()을 위해 묘에 석비를 세웠다라는 구절 때문이다. 현재 조선왕을 두고 할아버지 왕 및 아버지 왕, 또는 역대 선왕 전체로 보는 설이 있다. 광개토대왕비 충주고구려비 염모총(염한국 측은 모두루의 묘로 봄) 묘지() 기와 등 당시의 금석문 자료와 이 고구려비의 서체를 비교한 것도 광개토대왕 때 이 비가 세워졌다는 결론을 보완하는 자료로 제시됐다. 이 보고서는 이 비가 천추총에서 서북쪽으로 456m에 위치한 왕릉 관리인인 수묘연호()가 사는 곳에 세워졌다고 밝혔다. 현재 하천으로 변한 이 비의 발견 지점을 거주지로 본 것이다.
이 보고서는 한국 측과 논란이 불가피한 내용도 담고 있다. 우선 고구려의 기원과 건국에 관한 서술이다. 이 보고서는 고이()족 등 중국 고대 민족을 고구려의 건국 주체로 봤다. 또 고구려가 건국 초기에 한()나라의 지배를 받았다는 동북공정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