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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 한국 정문화 보여주려 결심

Posted June. 25, 2013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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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이나 차 안에서도 전화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통역 봉사입니다. 매일 긴장하면서 영어를 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공부가 어디 있겠어요.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58)이 영어 통역사로 변신했다. 24시간 전화통역 봉사단체인 사단법인 BBB코리아가 뽑은 영어 통역 봉사자에 최 원장이 당당히 합격한 것. 431명을 뽑는 이번 봉사자 모집에는 1300여 명이 몰렸다.

최 원장은 서류전형과 면접, 지원자-외국인-한국인 간 3자 통화 등 3단계 관문을 모두 통과해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 생활을 오래한 대학생부터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까지 대거 지원했지만 상당수가 고난도 언어테스트에서 걸려 탈락했다.

최 원장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BBB코리아 봉사활동을 해 오던 딸의 권유를 받아 지원했다며 3년 전 함께 응시했을 때는 딸만 합격하고 나는 떨어졌는데, 재수 끝에 붙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BBB코리아에 낸 원서에서 한국의 정() 문화와 통역 자원봉사를 결합한다면 외국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한국에 대한 인식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다.

금융감독 당국의 수장인 만큼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쓸 정도로 바쁘지만 최 원장은 바쁘기 때문에 영어 봉사에 나설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평소 영어 공부에 욕심이 많아 어떻게든 시간을 내고 싶었는데, 전화 통역으로 공부와 봉사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 원장은 1998년 재정경제부 근무 시절 세계은행에 파견 근무를 하면서 고급 영어 실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최근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조찬간담회에서 통역 없이 회의를 영어로 진행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그럼에도 매주 1, 2회 금감원 영어 클리닉 강좌에 참여해 영어 공부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영어 공부를 10년 넘게 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하루 10분이라도 매일 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하니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에서 손을 놓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