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July. 22, 2013 01:36,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저지르거나 술만 마시면 난폭하게 구는 배우자가 구속되면 잠시는 격리돼 마음을 놓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풀려난 이후 계속 함께 살아야 한다면 똑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구속 수사가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얻어 이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치료법을 알아봤다.
인격망상장애, 약물치료와 상담 필요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상습적인 폭력을 저지른다면 정신질환인 인격장애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편집성 인격장애는 무서운 병으로 꼽힌다. 별일 아닌 것에 과민반응을 하고 과장되게 해석해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한다. 상대방의 선의나 아무런 의도가 없는 일도 악의적으로 받아들여 오랜 시간을 따질 때도 있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며 없애버리겠다 불 질러버리겠다며 분노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기애성 인격장애는 집밖에서는 괜찮아 보이지만 집에만 들어오면 난장판을 만드는 유형이다. 자아상이 너무 높아 자신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주로 이렇게 행동한다. 겉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사람들이 이런 자신을 우러러보며 복종해주길 원하지만 내면엔 열등감이 깔려있어 그걸 건드리면 폭력적인 성향을 내보인다.
인격장애는 약물치료와 장기적인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치료는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망상장애 중 하나인 의처증이나 의부증도 가정폭력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망상해 폭력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행인과 말 한마디만 나눠도 바람을 피웠다고 폭력을 행사하고 모르는 사람이 배우자를 쳐다만 봐도 화를 내는 유형이다.
박은호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 질환은 약물치료가 기본이고 약물로 제대로 치료가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받는 것도 필수다. 박 교수는 개인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23년씩 상담을 받는다며 그러나 당사자들이 상담을 안 받으려 하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음주폭력은 술부터 끊어야
가장 흔히 발생하는 가정폭력은 술만 마시면 배우자를 때리는 것이다. 앞쪽 뇌는 평소에 공격성을 억제하는 본능이 있다. 알코올은 앞쪽 뇌의 이런 기능을 마비시킨다. 평상시엔 화를 잘 참다가도 술을 마시면 억제기능이 마비되면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게 된다. 술만 마시면 태도가 180도 변해 이런 일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습관적으로 술에 취해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행태는 술을 많이 마시는 습관이 쌓여서 발생한다.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술을 많이 마시다 보면 미묘하게 인격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며 참을성이나 여유가 없어지고 과민해지는 데다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사람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은 술을 끊는 게 최선이다.
상습적으로 술을 마시다 절주를 하면 잠이 안 오는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김 교수는 적어도 12주는 약을 먹으면서 금단증상과 술에 대한 갈망을 줄여야 한다며 그 이후에는 본인의 의지로 술을 끊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고 별도의 정신질환이 없는데도 가정폭력을 저지를 수도 있다. 상대방에게서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대화법이 미숙해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세련되게 표현할 줄 모르면 폭력으로 치달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화를 냈을 때 배우자가 뭘 잘했다고 화내?라고 한다든지 내가 틀린 말 했어?라고 나오면 이해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런 이들도 의사의 도움을 받으면 행동을 호전시킬 수 있다. 김 교수는 부부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도 의사소통이 잘 안돼 극단적인 순간에 폭력을 저지른 때에는 정신과적 상담을 받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당할까봐 두려워하지 말고 소통방법을 배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