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에게만 광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계에도 특정 업체나 제품에 대한 광팬 또는 안티팬이 많다. 미국 비즈니스잡지 포브스는 수년 전 ICT계의 광팬 톱5 기사를 실었다. 15위를 순서대로 열거하면 애플 광팬, 마이크로소프트(MS) 안티, 구글 안티, 리눅스 광팬, 파이어폭스 광팬이다. 예컨대 애플 광팬은 i로 시작하는 이름의 제품(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이라면 무조건 좋아한다.
놀라운 사실은 2, 4, 5위가 모두 MS를 싫어하는 집단이라는 거다. MS 안티는 MS의 운영체제(OS)인 윈도의 잦은 에러에 치를 떠는 사람들, 뭐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리눅스 광팬은 MS의 OS인 윈도의 독점에 반대하며 인터넷에서 무료 제공되는 OS 리눅스를 지지한다. 이른바 오픈소스(공짜로 공개되는 소프트웨어나 소스코드)주의자들이다. 파이어폭스 광팬은 MS 웹브라우저 인터넷익스플로러(IE)의 독점을 거부하며 대체재인 파이어폭스를 지지한다.
한국 시장의 MS 독점도는 특히 높다. 세계 OS 시장에서 윈도의 점유율은 89.5%지만 한국에선 97.7%다. MS가 내년 4월 8일부터 윈도 XP에 대한 보안지원을 중단할 예정이다. 윈도 XP에 결함이 발견될 때마다 이뤄지던 보완 패치의 제공이 중단되는 것이다. 그러면 윈도 XP를 쓰는 국내 800만 대 이상의 PC가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 국내외 해커들이 이날을 D데이로 잡고 있다고 한다. 개인정보 도난과 기업기밀 유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난을 피하려면 OS를 교체해야 하지만 신제품 윈도 8은 일반용 17만2000원, 학생 할인 7만5000원으로 부담이 만만찮다. 게다가 윈도 XP의 경우 컴퓨터중앙처리장치(CPU)가 300MHz 이상이면 되지만 윈도 8은 1GHz 이상이 필요하다. 아예 높은 사양으로 컴퓨터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아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뒤에서 미소 짓는다. 만약 MS가 독점적 지위에 있지 않았다면 이런 파장을 몰고 올 결정을 함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