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던 위안부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는 것인가. 일본의 대표적 보수우익 신문 산케이가 기존에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당시에 장군들보다도 많은 돈을 지급받은 매춘부라고 악선전을 해오던 것에서 180도 방향을 선회한 기사를 실은 것이다. 기사는 이달 6일자로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제 여론의 주요 전장인 미국에서 밀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주요 내용은 미국 내에서 위안부 이슈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으며, 현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10월 31일 도쿄 나가타 정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경제 활력일자리 창출 연구회에서 대표적인 지일파 정치인으로 알려진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미일 동맹의 중요성과 경제문제에 관한 강연과 질의응답을 마친 후 갑자기 상심한 여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결코 용서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출석한 일본 의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또 평소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온 조지타운대의 케빈 독 교수도 위안부를 이용했던 것 자체가 비도덕적이고 죄라고 했다. 일본의 우익과 아베 정권이 얼마나 국제감각이 뒤떨어져 있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일본 우익의 대표 언론인 산케이 신문이 그대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미국 현지에서 느끼는 분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 대외 홍보 예산을 두 배로 한다고 단언하지만 실제 미국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외무성은 이에 대해 매우 주저하는 기류가 있다. 즉, 일본 측이 섣불리 나서 홍보를 하면 상대방(한국)은 더 큰소리를 낼 수 있다면서 현재 위안부 문제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주로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한정되어 제기되고 있지만 일본이 대대적으로 움직이면 관심이 없던 한인들과 여타 현지 주민들까지 합세해 문제가 엄청나게 확산될 것이라는 말이다.
사실 미국 내에서 일본 외무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재미 한인들이 위안부 기림비나 기념동상을 세우려는 정보를 접하면 현지 영사관이나 도쿄에서 직접 외교관을 파견해 열심히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한일 청구권 문제가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 및 경제협력협정으로 다 해결되었다며 미국의 실력자들에게 호소해 기림비 건립이나 동상 설치에 동참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해왔지만 이마저도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때문에 더이상 진전이 어려운 분위기다.
일본 외무성 간부들은 미 하원에서 통과된 위안부 결의안과 이를 근거로 미국 동부와 서부에서 위안부 기림비와 동상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바야흐로 산불처럼 확산될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이는 재미 한인들이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지에 위안부 기림비 설립운동을 한 것이 엄청난 압력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미국 여론은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신사를 찾았을 때 일본 내부 문제라고 했던 소극적 반응에서 실망이라는 적극적 표현을 써가며 강한 비판을 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망발을 일삼던 산케이 신문이 달라진 것처럼 미국 내 정가와 시민들의 여론은 이제 달라지고 있다.
일본의 우익들과 아베 총리를 위시한 왜곡된 역사인식이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일본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