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가 정치인과 교과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본의 역사왜곡과 한국 정부의 역사교과서 수정권고를 똑같이 취급해 외교부와 교육부의 항의와 시정 요구를 받았다. 13일자 이 사설은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교과서 이슈를 함께 묶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고교 역사교과서에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반영해 다시 쓰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지식인사회에서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 사설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에서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 사설이 문제 삼은 것은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이들 교과서에 대해 특정 관점으로 재집필을 하라고 요구한 발언은 아직까지는 없었다. 가장 최근의 언급으로는 올해 신년 회견에서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교과서로 학생들이 배워야 하고 좌건 우건 이념적 편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이다.
이 사설이 난징 학살과 일본군 위안부 등 아시아에 대한 반인륜적 침략 역사를 교과서에서 지우려는 아베 정권과 한국 정부의 교과서 정책을 싸잡아 비판한 것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이들 교과서에 내렸던 수정 권고는 틀린 사실을 바로 잡으라거나 남한의 정통성은 깎아내리면서 한편으로 북한의 잘못된 점은 외면하는 좌편향성을 시정하라는 주문이었다. 이 역시 정권 차원의 주문생산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오히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 못하게 압박을 해 학교 자율을 침해한 것은 좌파 사학교육계였다.
우리나라 대다수 전문직 종사자들과 고위공무원들이 일본 식민지 시절 일본에 협력한 집안 출신이라는 내용도 사실과 동떨어졌다. 친일 집안 출신들이 현재 수백 만 명에 이르는 전문직 종사자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한국 사회는 625 전쟁과 압축적 근대화 과정을 겪으면서 계층 이동이 활발했던 나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 사설은 한국에서 교학사 교과서 추방운동을 벌인 좌파사학계 쪽의 이야기만 참고해 쓴 것 같다. 더욱이 한국은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국이다.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한국의 교과서 파동을 동렬에 놓은 것은 한국인에 대한 모욕이다. 뉴욕타임스는 정정보도와 사과 등 납득할 만 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